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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광주 ‘불황형 창업’ 무인 점포 증가 눈에 띄네

by 광주일보 2023.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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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장로 패션의거리 무인점포 5곳 신규 오픈…운세방·사격장 등
무인사진관 5년 사이 130여개 늘어…고물가·인건비 부담 영향

경기불황이 계속되자 종업원을 고용할 필요 없어 인건비 부담이 없는 무인점포 형태의 창업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충장로의 한 무인사격장에서 고객이 요금결제를 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광주충장우체국 맞은편에 문을 연 무인 운세방 모습.

지난 25일 광주의 ‘최고 땅값’을 자랑하는 광주시 동구 충장로 광주우체국 앞 사거리. 호남 최고 상권이라 불리는 이곳 한 건물 1층에 ‘MBTI’라는 간판을 건 무인 운세방이 주말을 맞아 성업 중이었다.

해당 점포는 사람이 없이 운영되는 무인 점포로, ‘연애운’, ‘취업운’ 등이 적힌 자판기에 1000원을 넣으면 운세가 적힌 종이가 들어있는 작은 캡슐이 나온다. 내용물이 운세일 뿐 사실상 ‘뽑기’와 다름 없다.

이곳을 지나 인근 동구 불로동 ‘광주패션의거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패션의거리 145m 구간 거리에만 무인 셀프사진관 4곳과 인형뽑기방 1곳 등 무인점포가 5곳에 달했다. 대부분 최근 새롭게 문을 연 창업점포였다.

그 중 며칠 전 새로 개업한 것으로 보이는 한 무인사진관은 내부에 10여 명이 줄을 서고 있어 지나가던 행인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밖에 충장로 내 유명 스포츠브랜드 매장으로 운영되던 상가건물에도 최근 무인사진관이 들어섰고, 다른 상가 건물에는 무인사격장이 새로 생겼다.

시간이 지나 오후 7시께. 이번엔 동구 광산동 구시청사거리 일대를 둘러봤다. 20대 초중반의 젊은층 고객들의 유입이 많아 호황을 누렸었던 주점 몇 곳은 폐업한 채 유리창에 ‘임대구함’이라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었다. 그 옆 과거 음식점이었던 건물에는 어김없이 무인사진관이 들어섰다. 그렇게 구시청사거리 일대에만 3곳의 무인사진관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금리인상과 각종 물가상승으로 자영업계에 위기가 닥치면서 경제 불황기가 반영된 창업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는 치솟고, 인건비마저 부담이 되자 아예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는 무인점포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광주지역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0만 2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14만6000명)의 69.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이 직원 없이 홀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로, 여기에는 셀프사진관 등 무인점포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발표한 소비자동향지수가 감소세에 접어들기 시작한 시점인 지난해 7월부터 줄곧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해에는 1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비단 이런 현상은 동구 충장로 일대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광주의 대표적 유흥가인 서구 상무지구에도 수년 째 영업하던 주점이 문을 닫는 대신 셀프사진관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아파트단지 등 주택가 주변 상가에도 셀프사진관을 비롯해 무인 아이스크림가게 등 무인점포가 스며들고 있다.
경기불황이 계속되자 종업원을 고용할 필요 없어 인건비 부담이 없는 무인점포 형태의 창업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충장로의 한 무인사격장에서 고객이 요금결제를 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광주충장우체국 맞은편에 문을 연 무인 운세방 모습

특히 무인점포 중에서도 ‘MZ세대’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은 무인 셀프사진관이 득세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무인 셀프사진관은 따로 점포 관리인이 필요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광주지역 ‘사진 촬영 및 처리업’은 2018년 321개에서 지난해 455개로 1.7배 증가했다. 그동안 일반 사진관이 스마트폰의 활성화 등으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무인 셀프 사진관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셀프 사진촬영 기계 가격은 1500만원 선으로, 10평 남짓한 공간에 기계 2~3대를 들여놓으면 운영이 가능하다.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을 더하면 초기 투자비 1억원 이내로 창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기불황으로 상가공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무인점포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오랫동안 임대가 나가지 않아 건물주가 직접 셀프사진관 등 무인점포를 운영해 월세 수익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충장로의 한 공인중계사는 “무인점포 대다수가 소비침체로 소비자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5000원 미만의 소액을 지출을 이끌어 내는 곳이고 최근 트렌드여서 그나마 영업이 잘 된다”고 설명했다.

박진석 ㈜한국창업컨설팅 대표이사는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지출이 늘고 불황은 길어지면서 창업과 유지비용이 저렴한 무인점포 등 관련 창업이 증가세에 있다”며 “한국 경기침체의 대표적이었던 풍경이었던 인형뽑기방처럼 관련 매장이 급증했다가, 어느새 사라지는 사례도 있어 창업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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