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국산 SNS 채널 싸이월드(CyWORLD)가 최근 갑작스레 문을 닫았다. 현재 싸이월드는 메인 페이지에 접속할 순 있으나, 로그인을 포함한 주요 활동은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다. 시대를 풍미했던 1세대 SNS 몰락을 지켜보며 누리꾼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20년 전 추억의 글과 사진, 메시지를 백업하게 해 달라는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 모두의 첫 SNS, 싸이월드의 성장
1999년 오픈한 싸이월드는 당시로선 흔치 않았던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를 통해 우리나라 SNS 태동기를 이끌었다.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된 싸이월드는 2007년 이용자 수 2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때 싸이월드는 전자화폐 ‘도토리’ 수익으로만 하루 평균 3억원, 연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들은 서로 ‘일촌’을 맺고 개성 있는 ‘미니미’와 ‘미니홈피’를 꾸민 뒤, 다른 사람들의 미니홈피를 탐방하며 ‘파도타기’를 했다.
일촌은 페이스북의 ‘친구’, 트위터의 ‘팔로우’와 비슷하다. 특정 글을 서로 일촌을 맺은 사람만 볼 수 있게 설정할 수 있었으며, 방명록에 한줄짜리 메시지를 남기는 ‘일촌평’도 적을 수 있었다.
2001년부터 시작된 ‘미니홈피’는 자유롭게 글과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다. 게시판, 다이어리, 사진첩, 방명록 등 메뉴를 통해 추억을 공유하는 장이었다. ‘쥬크박스’를 통해 좋아하는 음악을 배경음악(BGM)으로 재생할 수도 있었다.
미니홈피 메인 페이지에서는 ‘미니홈’을 꾸밀 수 있었다. 가상의 ‘방’을 다양한 가구로 꾸밀 수 있는 콘텐츠로, 자기 개성을 살려 다양하게 코디한 아바타 ‘미니미’도 배치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다. 가구와 의상, 쥬크박스 음악은 싸이월드 전자화폐인 ‘도토리’를 통해 구입할 수 있었다.
‘파도타기’ 등 싸이월드를 통해 만들어진 신조어도 있었다. 파도타기는 다른 사람의 미니홈피를 들르는 것을 뜻하는 말로, 일촌 관계를 맺은 지인부터 생면부지 모르는 사람까지 다양한 이들이 대상이 됐다. 이밖에 미니홈피를 운영·방문하는 것을 뜻하는 ‘싸이질’, 싸이월드 활동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싸이폐인’ 등 신조어가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 ‘고인 물’ 싸이월드의 몰락
2010년대 들어서자, 싸이월드는 급변하는 SNS시장 흐름을 타는 데 애를 먹으며 차츰 인기를 잃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이용자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해외 SNS로 눈을 돌렸다. 싸이월드는 2015년 뒤늦게 ‘싸이홈’을 출시하기 전까지 PC 서비스를 고수했다.
싸이월드 특유의 폐쇄적인 구조도 새로운 SNS 흐름에 맞지 않았다. 지인들로 구성된 ‘일촌’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는 작은 소통 구조가 문제였다. 이는 개방·참여·공유가 자유로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
2011년 7월 터진 ‘싸이월드·네이트 해킹 사고’도 이용자를 급감시키는 데 한몫했다. 중국발 IP를 통한 악성코드 해킹으로 이용자 3500만명의 아이디, 비밀번호, 실명, 휴대폰 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정보가 유출된 사건이었다.
부진을 거듭하던 싸이월드는 2013년 SK커뮤니케이션즈와 분사하고, 2016년 ‘프리챌’ 창업자 전제완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
이후 임금체불 등 문제에 시달리던 싸이월드는 지난달 26일 국세청 직권으로 사업자 등록증이 말소됐다. 세금을 장기간 체납하거나 오랫동안 부가세 신고를 하지 않은 법인을 담당 세무서가 직접 폐업 처리한 것이다. 싸이월드 서버를 운영하는 KT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전부터 서버 이용 금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과기정통부는 국세청의 등록 말소와 별개로 싸이월드가 폐업 신고를 하지 않고 사업 운영 의지를 보인다면서, 폐업과 관련해 취할 조치가 따로 없다고 보고 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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