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첫 바나나 재배 신용균·홍홍금 씨 부부]
아열대 농가 확대 정책따라 지난해 600여평 땅에 470포기 식재
가족 합심 1년만에 수확 앞둬…당장 수익 안나더라도 계속 도전
해남군 북평면 용수리에 들어서면 15m 높이의 커다란 비닐하우스가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신용균(74·오른쪽)·홍홍금(70)씨 부부가 지난해 심은 바나나 470여 포기가 자라고 있다.
지난달 중순 1년여만에 첫 꽃대를 올린 이들 바나나는 오는 7월께부터 수확할 수 있다. 해남에서 최초로 생산되는 바나나다. 국산 바나나는 수입산과 달리 나무에서 성숙한 뒤 따며, 고온·농약 살균 검역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부부는 지난해 해남군 농업기술센터 지원을 받아 하우스(600평)를 지어 바나나를 심었다. 바나나는 심은 뒤 1년이 지나야 수확할 수 있다. 홍씨는 “1년 동안 애정을 쏟아 키워낸 바나나다. 노력한 만큼 큰 보람을 안겨줬으면 좋겠다”며 기대를 비쳤다.
해남군에 따르면 열대성 작물인 바나나는 국내 생산량이 전체 유통량의 0.3%에 불과하며, 그나마 대부분 제주도에서만 재배되고 있다. 군은 이에 따라 최근 아열대 작목 시범사업을 통해 바나나, 체리, 애플망고 등을 재배하는 아열대 농가를 확대하고 있다.
“해외 연수를 다녀온 아들 제안으로 군 사업에 참여해 바나나 재배에 도전하게 됐어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해남도 상당히 따뜻해졌으니, 충분히 재배할 수 있을거란 기대가 있었죠.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다행히 잘 자라서 열매를 맺었어요.”
신씨는 어려운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15세 때부터 농사를 지었으며, 홍씨 또한 결혼 후 50여년 동안 다양한 작물을 키워 왔다. 지금도 6000여평 땅에서 배추, 쪽파, 마늘, 양파 등 다양한 작물을 기르고 있으나, 바나나 농사에 도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나나 농장을 세우기도 쉽지 않았다. 하우스 등 시설을 갖추는데만 2억 5000만원이 들었다. 군 사업을 통해 사업비 2억원을 보조받지 못했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생육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겨울이면 연료비로만 매달 240~250여만원을 썼다. 바나나뿐 아니라 다른 작물도 키워야 하는 이들 부부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다른 농사를 많이 지어도 소득은 대단치 않아요. 공판장에 내다 팔아도 본전은 커녕 운임도 벌기 힘들어요. 돈이 될 때면 중간상인들이 덜렁 사버리고 정작 우리 손에 남는 건 별로 없을 때도 많아요.”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온 가족이 뭉쳤다. 부부가 바나나를 수확하면, 자녀들이 나서서 판매로를 개척하는 식이다. 홍씨는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통신을 통해 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우리 부부뿐 아니라 아들·딸이 모두 협력해 피운 결실이에요. 매출이 현상 유지에 머무르더라도, 해남 바나나에 계속 도전해야죠. 해 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한편 올해 해남에서는 신씨 농가를 포함해 2개 농가(0.4ha)에서 바나나 12t을 수확할 예정이다. 올해 2개 농가가 합세해 내년부터는 4개 농가 (1ha)에서 바나나를 재배하게 된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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