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고교·대학서 독일어 강의…8년간 1917회 가락지 부착 기록 정리
신안군, 서식지 조성·휴식공간 조성 계획…“세계유산 등재 도움 됐으면”
독일인 조류연구자 안드레아스 김(60·Andreas Kim)이 최근 신안군 압해도에서 도요물떼새 관찰 기록을 정리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달 신안군에서 발행한 ‘압해도의 도요물떼새 가락지 부착기록’이다. 보고서에는 지난 2010∼2018년 총 8년 동안 압해도에서 관찰된 도요물떼새 12종, 총 1917회의 가락지 부착기록이 정리돼 있다.
새 관찰은 다리에 부착된 ‘가락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철새 이동경로를 파악하고자 세계 철새 연구그룹이 부착한 인식표로, 국가별로 색깔이 다르다. 이를 통해 철새의 전체 규모, 압해도를 찾아오기까지 걸린 경유 시간 등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안드레아스 김은 ‘한국 도요물떼새 네트워크’ 소속 프리랜서이자 환경운동 단체 ‘새와 생명의 터’ 회원이다. 독일에서 정보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25년 동안 근무했으나, 지난 2006년부터는 한국을 찾아와 철새 연구·관찰을 하고 있다.
“영리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진 않습니다. 한국인 아내를 따라 목포대, 나주 외국어고등학교에서 가끔씩 독일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조류 연구는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2006년 당시 주로 목포에서 습지 탐사를 했던 그는 2008년 압해도와 목포를 잇는 압해대교가 개통된 뒤 접근성 좋고 철새가 많이 찾아오는 압해도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0년께부터 10년 가까이 신안군과 함께 조류 연구를 계속했다는 설명이다.
안드레아스 김에 따르면 압해도 갯벌은 국내 최대 갯벌습지보호지역이자 동아시아철새 이동경로(EAAF) 서식지다. 뉴질랜드 등으로부터 1만 1000km를 8일 동안 쉬지 않고 날아 온 철새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지역이다.
“신안에는 섬이 많은 만큼이나 습지도 많이 있습니다. 습지는 먹이가 풍부해 철새들이 많이 찾아오지요. 한국은 2006년 새만금 사업으로 물막이 공사를 시작하면서 습지가 많이 손실되고, 철새들이 거쳐갈 곳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습지가 잘 보존돼 있는 압해도는 얼마 남지 않은 중요한 철새 도래지입니다.”
안드레아스 김은 주로 봄철(3월 중순, 5월 말), 가을철(9~10월) 철새 대이동 시기에 새를 관측했다. 망원경, 사진기 등을 활용해 ‘어떤 새가, 어느 날, 어디에 있었는지’ 기록하는 것이 일이다. 그는 “가까이 다가가면 새들이 도망가 버린다. 썰물 때면 새들이 너무 먼 곳에 있어 관측이 어렵기도 하다”며 “때와 장소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관찰 과정으로 정리한 철새들의 동향은 보고서에 연도별로 담겨 있다. 그는 압해도가 오래 머무르는 장소가 아닌, 단순 경유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압해도가 부양할 수 있는 철새 수, 압해도 외 철새 도래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신안 갯벌 전역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가 제1저자로 보고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가까운 시일 내에 목포 지역 관찰 기록을 담은 보고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신안군 습지가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지요. 제 보고서가 이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세계자연유산이 되고 나면, 이제는 압해도뿐 아니라 신안군 전체 습지에서 관찰연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신안군은 이번 보고서를 교육용으로 활용하고, 안정적인 조류 서식지를 조성하고자 해안 펜스설치, 휴식공간 조성, 도요물떼새 학교 개설 등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철새에 관한 보고서를 써서 남들에게 주변 환경의 상태를 알리고, 주변 사람들도 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철새 중 몇몇은 아예 멸종하는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중요한 때입니다. 철새 관찰·연구를 계속하며 환경 보전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겠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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