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농협 앞 업무 이뤄지는 공간…산재 인정”
직장 앞 공터 내 영업중인 노점 트럭을 옮겨달라고 찾아갔다가 트럭 주인과 자리 다툼을 하던 남성에게 흉기로 살해된 경우 업무상재해(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강진 모 농협 직원 A씨는 지난 2018년 1월, 직장 건너편에 위치한 노점 트럭에 갔다가 살해당했다. B씨는 자리 다툼을 하던 트럭 주인을 흉기로 살해한 뒤 공교롭게 현장에 있던 A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당시 농협 앞 공터에서 이뤄져온 노점 트럭의 영업으로 해당 공간에서 진행했던 농협의 비료 판매 업무 등에 차질이 빚어진데다, 주차공간 부족, 노점 자리다툼으로 인한 소란 등을 지적하는 민원도 잇따르면서 “노점 트럭 위치를 옮기도록 하라”는 상사 지시를 받고 현장에 갔다가 살해당했다.
A씨 유족은 이같은 점을 들어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 및 장의비 지급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 사망이 ‘직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로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살해 사건이 발생한 공터도 업무 공간이 아니고 농협 소유 땅도 아니라 관리할 권한도 없다는 점 등도 반영됐다.
항소심은 “A씨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며 이를 뒤집었다. 광주고법 행정 1부는 “A씨가 영농자재 판매를 포함한 구매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어 해당 업무가 이뤄지는 공간인 사건 발생 공터도 업무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당시 공터에 쌓아놓은 비료를 농민들 트랙터나 트럭에 옮겨싣는 업무도 맡고 있었다. 노점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설득하는 일은 담당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위인데다, 상사의 업무지시도 있었던 점 등을 들어 해당 행위는 사업주 지배·관리 하에 있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A씨 사건은 공터 사용과 관련된 다툼이 원인으로 A씨 업무에 내재돼 있던 위험성이 현실화된 것”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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