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에서 나오셨죠? 앞으로는 (소년원) 밖에 나올 때 슬리퍼를 신도록 하는 것, 생각해 보시죠.”
광주지법 형사 3단독 부장판사의 눈이 법정에 들어서는 10대 피고인 A(16)군의 발에 멈춰섰습니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A군은 이날 선고 공판에 낡은 ‘삼선’ 슬리퍼를 신고 나왔습니다.
A군은 지난 2018년 11차례에 걸쳐 인터넷에 물건을 판매한다는 거짓말을 해 피해자들로부터 1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장은 선고에 앞서 A군에게 “그 슬리퍼, (소년원에서) 지급받은 거죠? 그것 밖에 없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예~." 재판장의 시선은 동행한 소년원 관계자에게로 향했습니다.
A군에게 지급하는 운동화가 있을텐데 슬리퍼를 신도록 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취지였습니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소년원측 관계자는 “운동화를 지급하지만 도주 우려 때문에 운동할 때 빼고 슬리퍼(실내화)를 착용토록 하고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래도 될까요. 소년법에 이같은 규정은 없습니다.
교정기관 편의대로 적용한 법입니다. A군 같은 소년범의 경우 법이 정한 죗값을 치르면서도 지급받은 운동화 착용마저 제한받고 있는 겁니다.
여러 가지 비행을 저지르고 소년원에 오게 된 청소년들이지만 인격적으로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만하지 않을까요?
재판장도 이같은 점을 의식한 듯 “(소년원 밖으로 외출할 경우 운동화 착용 등을) 생각해보시죠”라고 제안했습니다.
법정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요즘 10대들은 3분 거리 집 앞 편의점에 갈 때도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만진다”며 “그들의 감수성을 배려한 섬세한 교정이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A군의 선고결과는요. 재판장은 A군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훈육함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 결정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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