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 ‘조르주 루오’전 강연 방송인 서경석
누군가를 답습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 만든 위대한 작가
사람 겸손하게 하는 ‘베로니카’·기득권 풍자 작품 인상적
“조르주 루오의 삶과 작품은 현대축구를 닯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답습하지 않고, 어느 누구의 색깔도 갖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냈으며 꾸준한 연구를 통해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위대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개그맨이자 방송인 서경석이 최근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전(1월29일까지) 연계 강좌를 진행했다.
시종일관 유쾌하게 강의를 이끌어간 그는 ‘천상의 컬렉션’을 주제로 열린 이날 토크에서 루오의 작품을 ‘현대축구’와 비교해 설명하는 색다른 시각을 제시, 흥미를 끌었다.
축구 매니아인 그가 루오와 현대축구를 비교하며 내세운 인물은 이번 월드컵에서 화제가 됐던 프랑스 축구선수 음바페였다.
“지단, 앙리 등 음바페가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음바페가 우상으로 여겼던 인물은 호날두였지만 그 누구나 음바페를 ‘제2의 호날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색깔로 축구를 하니까요. 루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명한 스승 귀스타브 모로를 비롯해 마네, 세잔 등 동시대 작가들이 많았지만 그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그 시대 유행하던 어떤 흐름도 따르지 않고 자기의 색깔을 만들어낸 작가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서경석과 미술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서울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그는 MBC 공채 개그맨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MBC 라디오 ‘여성시대’ 진행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이번 강의에 참여하게 된 것은 몇년 전 진행했던 ‘천상의 컬렉션’이 인연이 됐다. ‘천상의 컬렉션’은 우리 문화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으로 서경석은 ‘자신만의 시각’으로 문화재를 해석했다.
“제가 문화재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제 나름대로 해석해 보려 했습니다. 공부도 많이 했지요. 그림 감상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보는 사람들이 다채롭게 해석할 수 있는 게 바로 미술 작품의 매력입니다. 현대축구와 루오를 연결 시키는게 어설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하는 같은 이야기는 하기 싫어 나만의 시각을 찾으려 했죠. 강연을 위해 루오의 인생과 작품을 공부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게 힘들기는 했지만 그만큼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전시작 200여점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보는 사람을 맑게 만들고, 겸손하게 만드는 ‘베로니카’를 꼽았다. 또 루오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인 ‘굵은 선’의 유래를 엿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래스 작품 ‘작은 숲’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밖에 ‘미제레레’ 중 ‘분장하지 않는 자 그 누구인가’ 등의 작품에 대해 분장을 하는 이들은 광대 뿐만이 아니고 현대인들 모두 위선의 화장을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또 화려한 옷을 입고 세상을 향해 당당히 걸어가는 하인 등 낮은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고귀한 척하는 기득권자들을 꼬집는 루오의 그림들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서경석은 전시 관련 이야기 이외에도 개그맨 입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고 강연 후에는 쏟아지는 참석자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하며 행복한 추억을 선사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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