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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알맹이 없는 서구 ‘화정아이파크 백서’ 빈축

by 광주일보 2023.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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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1명이 제작, 사건기록 짜깁기 수준…“자화자찬식 구정 홍보만”
사고 원인 분석·다양한 대책 제시한 광주소방본부 백서와 ‘대조적’

광주시 서구청이 최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전반을 다룬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대응백서(이하 백서)’를 발간했으나 ‘알맹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아파트 붕괴사고를 총체적으로 돌아보는 백서임에도 그간 사건 기록들을 짜깁기해 나열한 수준인데다 구체적인 평가, 별다른 대책이나 정책 제안조차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관할 행정기관인 서구청이 대응에 미진했던 점은 쏙 빼놓고 구정을 홍보하는 내용만 실은 터라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서구청은 지난 3일부터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백서를 공개했다고 5일 밝혔다.

서구청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백서를 제작했다. 관련 법에서는 “재난관리 주관기관의 장은 대규모 재난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사회재난 또는 재난상황 등을 기록하여 관리할 특별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재난에 관하여 재난수습 완료 후 수습 상황과 재난예방 및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의견 등을 기록한 재난백서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구청은 지난해 7월부터 예산 2000만원을 투입해 백서를 제작했으며, 같은 해 12월에 완성본을 내놓았다.

백서는 총 260페이지 분량으로 크게 사고 개요, 붕괴원인 및 피해자 수습, 사고 수습·복구, 대응과정 진단·평가, 전문가 제언 등 내용을 다뤘으나, 이 중 대부분의 내용은 사고 수습 과정을 별다른 평가·개선대책 분석없이 나열하는 데 할애했다.

‘대응과정 진단·평가’ 장은 단 3페이지만 기술했으며, 그나마도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피해자 지원 등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했다”는 내용으로 귀결됐다. 진단·평가를 통해 명시한 개선 대책으로는 재난안전대책본부 지휘체계를 일률적으로 구축하고 각 유관기관이 적극 협조할 수 있도록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책임·권한을 강화하자는 것 뿐이었다.

‘제도개선·시책사업 추진’ 장은 아예 구정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 장에는 현 서구청장이 추진 중인 민원 정책 ‘바로 문자 하랑께’를 머리에 올리고 ‘안심 귀가길 시스템 확대 운영’, ‘서구 재난안전체험관 운영’ 등 붕괴사고 대책과 무관한 내용을 실었다.

또한 전문가 감수는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 단 1명에게서 두 차례 받은 것이 전부였다.

더욱이 붕괴사고 당시 피해자 가족이 사고현장으로 뛰어드는 등 현장 통제가 미비했던 점, 인근 상인이 수개월동안 공사장 잔해물 낙하 민원을 넣었으나 묵살한 점 등 행정적 대응이 부실했던 점은 전혀 서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서는 담당 공무원 1명이 전담해서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 수집 또한 그간 공무원끼리 공유했던 정보를 종합해 짜깁기하는 방식이라 애초에 한계가 뚜렷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백서는 앞서 지난해 6월 광주소방본부가 발간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31일간 소방활동 백서’와 비교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광주소방본부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자료 수집, 현장 대원 인터뷰, 설문조사 등을 거쳤으며 재난대응 과정에서 잘했던 점, 개선점 등을 분리해 상세히 기록했다. 전문가 감수 및 제언을 받고 긴급구조통제단의 평가를 거쳐 통합 지휘체계 마련을 위한 ‘소방기본법’ 개정, 첨단 소방장비 투입, 대응 인력·처우개선 등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백서 자문을 맡았던 송창영 교수는 “백서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할 구체적인 건축 붕괴 원인 규명, 재난 행정 개선책, 법·매뉴얼 개정 등 대응체계가 전혀 기록돼 있지 않다”며 “백서는 강점, 단점, 기회, 위협 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SWOT 분석’을 통해 작성해야 하는데, 자화자찬만 늘어놓은 것은 백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명기 동신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이번 백서는 행정 대응, 유관 기관 대처, 언론 보도 등을 일기장처럼 나열했을 뿐, 백서에서 가장 중요한 상세 분석과 추후 대응 방안이 빠져 있다”며 “건설업계부터 학계, 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들을 모아 재난 전·후를 면밀히 분석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중앙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제작 계획이 없다고 하니 서구청이 나서서 만든 것”이라며 “사고 경과와 수습 과정을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만든 터라 분석이나 대책 제시는 주가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제도개선 등은 대부분 중앙부처가 추진하는지라 자치구 단위에서는 제안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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