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으로 구성된 ‘우리오케스트라’ 첼리스트 차진환 작곡가
20여 곡 작사·작곡…장애 인식 개선 강사로도 활동
“근육병 때문에 연주 어렵지만 끝까지 멈추지 않을것”
닿지 않는 선율 하나하나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주하는, 음악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광주의 한 휠체어 장애인이 있다. 주인공은 우리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 차진환(45) 작곡가.
우리오케스트라는 광주지역 장애인 17명으로 구성된 연주단으로 최근 열린 예술날개 페스티벌에서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발표회를 진행했다.
차 작곡가는 이날 발표회에서 직접 작사·작곡한 ‘우리오케스트라 송’을 선보였다. 차 작곡가는 광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주최한 장애인의 날 ‘차별금지’ 4행시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차이를 인정하면 별다르지 않음을 알게되고 금세 함께 행복해집니다 지금 시작해보세요’에 멜로디를 붙여 곡을 만들었다.
애초 차 작곡가는 광주문화재단에서 만든 ‘이음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난해 광주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첼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유튜브로만 접하던 첼로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후 부단한 연습 끝에 광주문화재단 광주형장애인문화예술지원사업 일환인 우리오케스트라와 함께하게 됐다.
“악기 연주는 제 성격을 많이 바꿔놨어요. 특히 첼로는 악기 특성 상 다른 악기가 드러나게 돕는 역할을 합니다. 자연스레 내가 아닌 타인에 귀 기울이는 습관도 갖게 되고, 감정이입도 수월해져 곡도 더 잘 쓸 수 있게 됐죠.”
지금까지 차 작곡가가 만든 곡은 18곡 남짓. 장애인식개선 강사로도 활동 중인 그는 장애 인권 관련 작사·작곡을 주로 하고 있다.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꼭 필요해서 만든 ‘경사로(傾斜路)’, 장애인의 뜻을 ‘오래 장’, ‘사랑 애’, ‘사람 인’으로 한자풀이 한 ‘오랫동안 사랑받을 사람’ 등의 곡이 그렇다.
차 작곡가는 30대에 근이영양증이라는 병을 얻었다. 이른바 ‘근육병’으로 40대가 됐을 때는 증상이 더욱 심해져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안됐다.
“비장애인으로 살아온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장애를 갖게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웠어요. 그러다 광주근육장애협회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나보다 더 증상이 심한 사람도 있고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장애를 이겨내는 원동력이다.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는다는 뜻을 가진 ‘존이구동’(尊異求同)이라는 사자성어를 가장 좋아한다는 차 작곡가는 오케스트라를 통해 장애라는 걸림돌이 비로소 디딤돌로 바뀌는 경험을 했다. 장애 유형은 다르지만 악기 연주라는 공통점을 매개로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근육병 증상으로 근육을 사용하지 못하다 보니 연주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4줄로 이뤄진 첼로 중 앞부분에 위치한 두줄까지는 비교적 수월하게 연주할 수 있지만 바깥쪽에 위치한 두줄은 팔을 꺾어야 하는 불편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차 작곡가는 힘 닿는 순간까지 연주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에게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 음악을 통해 누군가를 돕고 희망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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