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초혼부부 5만 쌍 첫 붕괴 … 결혼해도 맞벌이에 출산 미뤄
인구절벽·지방소멸 막으려면 청년 일자리·주거문제 최우선 해결해야
불황과 코로나의 짙은 그림자로 인해 ‘돈과 경제력’이 결혼과 출산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없어 결혼을 미루거나 안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으며, 결혼을 했더라도 맞벌이의 경우 일을 하느라 아이 낳기를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주·전남지역 신혼부부 대다수는 억대의 빚을 지지 않고는 새출발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광주·전남에서 신접살림을 차리는 데 지는 빚이 ‘억대’에 달하는 가운데 지난해 지역 초혼 부부 5만쌍이 처음 무너졌다. 팍팍한 살림에 결혼 5년 이내 맞벌이 초혼 부부의 5쌍 중 2쌍(40%)은 자녀가 없었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N포’에서 비롯된 인구 절벽·지방 소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 일자리·주거 개선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2일 통계청 ‘신혼부부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혼인 신고를 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신혼부부는 광주 2만9596쌍·전남 3만3351쌍 등 6만2947쌍으로, 1년 전보다 4589쌍(-6.8%) 감소했다. 이는 2015년 통계 작성(8만6179쌍) 이래 가장 작은 규모다.
광주·전남 신혼부부의 75.5%는 초혼이었는데, 지난해 초혼 부부는 처음 5만쌍 선 밑으로 떨어졌다. 초혼 신혼부부는 광주 2만3923쌍·전남 2만3618쌍 등 4만7541쌍으로, 전년(5만1090쌍)보다 3549쌍(-6.9%) 줄었다.
광주·전남에서 신혼부부가 해마다 수천 쌍씩 줄어드는 건 장기 불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억대’ 빚을 지지 않고는 결혼을 할 수 없는 현실과 연관 있다.
지난해 지역 10쌍 중 9쌍(광주 88.8%·전남 86.3%)은 빚을 지고 신혼을 시작했다.
금융권 대출잔액을 보유한 신혼부부 비율은 5년 전인 2016년 광주 81.8%·전남 81.4%였지만, 해마다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대출잔액을 보유한 신혼부부를 금액대별로 나눠보면 광주 62.5%·전남 54.9%는 1억원 이상 빚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2억원 이상 구간 비중은 광주 31.8%·전남 25.1%로, 1년 전(광주 25.0%·전남 20.0%)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10쌍 중 1쌍 꼴(광주 13.9%·전남 11.9%)로는 3억원 이상 대출금을 지니고 있었다.
광주·전남 신혼부부들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1년 새 1000만원을 훌쩍 넘게 늘어났다.
지난해 지역 신혼부부들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광주 1억3505만원·전남 1억1346만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136만원(9.2%↑)·1878만원(19.8%↑) 급증했다.
중앙값은 대출잔액이 있는 부부를 잔액값 크기 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값으로, 통계 자료에서 대푯값의 하나로 꼽힌다.
지역 신혼부부들의 대출 중앙값은 5년 전인 2016년(광주 6400만원·전남 5098만원)의 2배 수준으로 뛰었다.
지역 집값 상승 영향으로 전세자금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증가하며 광주·전남 신혼부부들의 대출 부담은 눈에 띄게 늘었지만, 소득은 해마다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지역 신혼부부들의 평균 소득은 광주 5523만원·전남 5112만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345만원(6.7%↑)·441만원(9.4%↑)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전국 평균 소득(6086만원)보다 광주는 500만원가량, 전남은 1000만원 가까이 모자란 금액이다.
광주·전남 신혼부부들은 새로운 출발을 하고 나서도 녹록지 않은 살림살이에 출산마저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신혼부부들의 평균 자녀 수는 광주 0.77명·전남 0.81명으로 한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게다가 맞벌이를 하는 부부는 평균 출생아가 광주 0.72명·전남 0.75명으로, 외벌이(광주 0.72명·전남 0.87명)를 밑돌았다.
광주·전남 초혼 신혼부부의 절반 이상은 맞벌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 비중은 지난해 역대 최대(광주 55.8%·전남 50.6%)를 나타냈다. 지난해 광주·전남 맞벌이 초혼 신혼부부 2만5309쌍의 40.9%(1만357쌍)는 자녀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초혼 신혼부부의 절반 가량(광주 48.5%·전남 47.3%)은 집 없이 신혼을 보내고 있었다.
민현정 광주전남연구원 인구정책지원연구센터장(행정학 박사)은 “결혼부터 출생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주거 개선을 확대해야 한다”며 “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발굴하고 전남 농산어촌 유학과 귀농 귀어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금리·고물가 시대 청년과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저금리 주택자금 대출을 확대하고 신규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전남 주거 환경을 개선하면 빈집 문제를 해결하고 출생률을 높이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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