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이혼 늘어난다고?…되레 줄었다

가정 불화 등 증가 예상 ‘기우’
광주가정법원 소송 감소 추세
2019년 1786건→지난해 1583건
불황에 재산 줄고 소송비용 부담
인구 감소에 이혼숙려제 효과도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전남에서 ‘코로나19’ 기간 이혼 소송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사태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내 불화와 이혼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혼이 감소세를 보이는 첫번째 원인을 경기침체로 꼽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 그 여파로 이혼사건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지방법원에 따르면 광주가정법원에 접수된 소송사건(재판상 이혼소송 및 협의 이혼 등)은 2018년 1731건에서 2019년 1786건으로 다소 올랐다가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1653건으로 1년만에 7.4%인 133건이 줄었다. 이어 2021년에는 1583건으로 2년전보다 203건(11.3%), 1년전보다는 70건(4.2%) 감소했다.

광주가정법원 1심에 지난해 접수된 소송 1583건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재판상의 이혼’으로 1145건에 달했다. 친생자관계 존부의 소 161건, 손해배상 소송 117건, 기타 92건, 혼인의 무효·취소 19건 등의 순이다.

2020년도에 광주가정법원 1심에 접수된 소송 1653건을 봐도 재판상 이혼 사건이 1225건으로 가장 많았고, 친생자 존부의 소(179건), 기타(92건), 손해배상 소송(83건) 순이었다.

최근 2년동안 광주 가정지방법원 외에도 재판상의 이혼소송은 순천지원(552→497건), 해남지원(102→96건), 장흥지원(55→38건) 모두 감소세였다. 다만 목포지원만 2020년 310건에서 2021년 338건으로 다소 늘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기간 동안 이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경기가 좋지 않으면 오히려 이혼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면서 “경기침체기에는 분할할 재산이 적어질 뿐만 아니라 이혼소송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이혼사건이 늘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이혼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철 광주지방변호사회 교육이사는 “인구 감소와 결혼이 줄고 있는 점도 한몫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혼 후 4년 이내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지속적으로 결혼 건수가 줄다 보니 당연히 이혼관련 소송도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외출자제를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코로나 확산시기 법원 방문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2007년 이혼숙려기간 제도가 신설되면서 이혼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녀가 있으면 3개월, 자녀가 없으면 한 달정도 다시 이혼을 생각하도록 하는 숙려기간이 효과를 보고있다”면서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 영향속에 이혼서류 절차상 법원이나 행정복지센터를 거치는 활동 자체를 꺼리기 때문에 이혼소송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나 결혼식이 늘고 있고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 오히려 그 여파로 이혼이 서서히 늘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10여년간 부부관계 상담을 하고 있는 박미향 광주서구가족센터 팀장은 “요즘에는 황혼의 부부가 갈등을 겪을 경우 당사자들보다 자녀들이 나서 이혼을 장려하는 실정이다”면서 “코로나로 잠재됐던 불만이 활동이 재개되면서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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