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척추 증후군은 척추를 수술하는 의사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번 가을에 열렸던 ‘대한척추외과학회’에서 이에 대해 척추 의사들을 대상으로 필자가 강연을 할 수 있는 영광이 있었다. 지금까지 필자가 치료했던 환자들을 정리하는 좋은 계기였다.
필자는 고관절 수술과 허리 수술을 둘 다 집도하고 있다. 두 부위를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광주에서도 드물고, 전국적으로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환자가 척추 의사, 고관절 의사를 따로따로 진료하다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고, 고관절에 문제가 있는데 허리를 수술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금은 많은 척추 전문 의사들이 엑스-레이(X-ray)나 MRI를 찍을 때 고관절과 척추를 같이 확인하지만, 과거에는 척추만 확인하다가 환자의 고관절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고관절과 척추는 상당히 관련이 많다. 고관절의 움직임에 따라 허리의 디스크 간격이 좁아졌다가 넓어졌다가 한다. 쪼그려 앉아서 일을 많이 하면 요천추간 디스크 간격이 좁아지게 된다. 척추에 관절염이 있으면 무릎보다는 고관절에 관절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척추의 관절염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척추관 협착증과 같은 말이다. 척추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 그 염증으로 인해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길이 좁아져서 오래 걷기가 힘들어지고 서 있을 때 다리로 통증이 내려간다. 고관절에 문제가 있어도 걷기가 힘들다. 그래서 의사도 허리 문제와 고관절 문제를 혼동할 수가 있다. 환자가 다리로 통증이 내려가는 방사통을 호소하면 무조건 허리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큰 오판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의사들이 뒤쪽 엉덩이나 엉치가 아프면 허리와 관련이 있고, 앞쪽 사타구니 쪽이 아프면 고관절이라고 생각했다, 고관절은 위치가 비교적 몸 중심의 앞쪽이어서 고관절에 문제가 있는 환자는 앞쪽, 사타구니가 아픈 경우가 많다고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연구가 있었다, 고관절 환자의 통증 양상을 연구해 보니 엉덩이나 허벅지 또는 무릎 아래의 하지 방사통으로 생각되는 다리 통증이 있는 환자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통증의 위치만으로 고관절이나 허리가 문제가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이학적 검사 등을 꼼꼼히 해야 한다. 몇 가지 검사 방법에 대해 의사가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환자가 본인의 질환을 찾는 간단하면서도 기본적인 방법은 눌러 봐서 아픈 곳이 어디인지 찾는 것이다. 눌러서 통증이 심하게 있는 부위가 대개 문제가 있는 부위이다. 또한 고관절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고관절을 회전시키거나 특정 동작을 취할 때 아픈 경우가 있다, 그 경우에서도 고관절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의사가 진단이 어려운 부분은 관절이나 신경 문제가 아니고 근육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엉덩이 부위에는 많은 근육과 인대들이 있다. 또한 근육이 문제가 되어서 신경을 누르고 있으면, 꼭 허리 디스크와 비슷한 증상을 보일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 신경 주사를 맞아도 효과가 짧고, 약만으로는 효과가 없다. 문제가 되는 근육을 찾아서 풀어 주어야 한다, 과거에는 근육에 직접 주사를 많이 썼지만, 지금은 체외충격파라는 기계가 도움을 주고 있다. 아픈 부위에 직접 충격파를 하는 것이 아니고, 아프게 하는 원인이 되는 반대 부위에 충격파 치료를 하는 게 최신 의료 기술이고, 최선의 치료 방법이다. 아직도 아픈 부위에 직접 충격파를 때리고 있는 병원이 있다면 다른 방식의 치료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다.
고관절을 인공관절로 수술하고 나서도 엉덩이가 아프면, 척추 외과 의사에게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척추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신경 주사나 약물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경우, 환자의 고통 호소를 척추 외과 의사도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엉덩이나 다리가 아픈 게 꼭 고관절이나 허리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고관절 주위 힘줄에 염증이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부위의 문제가 엉덩이 주위의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이 먼저 이루어진 이후에 치료가 시작되어야 빨리 회복될 수 있고, 불필요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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