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대로변 잇는 골목길
내려오고 올라가는 인파 뒤섞여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 참사로
‘이태원 참사’는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 밤 이태원동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으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든 게 사고를 키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뒤편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로, 폭 4m 내외에 45m 길이다. 넓이로 계산하면 55평 남짓에 불과하지만 번화가와 대로변을 잇는 골목이다 보니 세계음식거리가 있는 위쪽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이태원역에서 나와 아래에서 올라가려는 사람의 동선이 겹치는 곳이다. 길 양쪽에는 유명한 주점, 나이트클럽 등이 있어 평상시 주말에도 인파로 북적대는 곳이기도 하다.
이 좁은 골목에 핼러윈을 앞두고 어느 순간 수용할 수 있는 이상의 사람이 몰리며 ‘사람에 떠밀려가는’ 상황을 넘어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갇혀 있다가 갑자기 누군가 넘어지면서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게 현장 목격자들의 전언이다.
29일 밤 10시께 골목을 미처 벗어나지 못한 앞쪽 여성들을 중심으로 넘어지기 시작하자 마치 도미노처럼 뒤에 있던 사람들이 넘어진 인파 위로 겹치면서 압박을 받기 시작했고 긴급 출동한 소방관들이 여기저기 쓰러진 사람들에게 달려들었으나 겹겹이 쌓인 인파에 눌린 사람들을 꺼내기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올린 영상을 통해 보여지기도 했다.
소방서와 사고현장도 100m 거리로 멀지 않았지만 인파 때문에 구급대가 응급 환자에게 도착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보인다. 심정지, 호흡곤란 환자가 300명 가까이 나오면서 1대1로 해야 하는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구급 대원도 턱없이 부족해 전문적이지 않은 시민들까지 가세해야 했다.
참사 뒤 귀가하려는 시민의 차량이 이태원로에 집중되면서 환자를 실은 구급차가 병원으로 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는 게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현장 동영상에서는 사람들이 “넘어졌어요”, “밀지 마세요” 라는 외침이 들렸지만 전혀 반응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경찰이 200명을 배치하고도 현장을 적절히 통제하는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사고 원인을 수사할 계획이다. 현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 최초 사고 경위가 불명확한 만큼 신고자나 목격자, 주변 업소 관계자의 진술 CCTV를 토대로 사고의 발단이 무엇인지 파악할 계획이다. 아울러 관할 지자체가 사전에 사고 예방 조치를 충실히 했는지도 따질 계획이다.
/특별취재팀=정병호 기자
'정병호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중 피난 형태 ‘인재’…사전 매뉴얼 정부가 마련했어야” (0) | 2022.11.01 |
---|---|
수입산 소고기 섞어 판 유명 곰탕집 주인 집행유예 (0) | 2022.10.31 |
“사직서 수리 전 철회 직원 의원면직은 부당해고” (0) | 2022.10.28 |
‘학동 참사’ 500여일만에 수사 마무리, 불법 다단계 하도급 복마전 드러나 (0) | 2022.10.28 |
전두환 퇴진 외치다 징역형 시민들 40년만에 무죄 (0) | 2022.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