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책임·비리 연루 등 35명 송치
광주경찰, 9명 구속·26명 불구속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집유
브로커 도피 등 수사력 허점도
“깃털만 건드렸다” 수사·판결 지적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시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지 철거건물 붕괴참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500여 일 만에 마무리 됐다.
경찰은 참사 발생에 직접적인 책임자와 재개발사업 비리 관련자들 총 36명을 입건해 35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진행해 수사결과를 검찰에 넘겼지만, 1심 재판에서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의 형량이 가벼웠다는 점에서 수사가 아쉬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주경찰청은 27일 ‘광주학동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 수사결과’ 보도자료를 내고 학동참사 수사를 마무리지었다고 밝혔다. 구속 9명, 불구속 26명 등 총 35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학동참사 수사를 끝마친 것이다.
지난해 6월 9일 오후 4시 20분께 광주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지 앞을 지나던 시내버스가 철거가 진행중인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매몰됐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17명의 승객중에 9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바로 전담수사본부를 꾸리고 붕괴 원인과 책임자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았다.
수사 진행 도중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의 재개발 복마전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찰은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한 비리까지 모두 밝히겠다는 의지로 수사에 총력을 집중했다.
학동 3~4구역 재개발사업에 참여했던 폭력조직 출신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과 학동 4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 등 조합 관련자 7명을 무더기로 추가 입건하는 한편, 조합과 광주시, 동구청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조합과 시공사, 철거업체 간 연결고리 및 계약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수사력에 초점을 맞췄다. 또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며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실시했다.
경찰은 붕괴로 이어진 부실 철거공사와 관련해 감리자, 원청·하도급·재하도급 관계자 등 9명(5명 구속)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넘겨 재판이 진행됐지만, 결과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현수)는 건물 철거를 직접 수행한 하도급 업체와 재하도급 업체 관계자, 감리 등 3명에게 각각 실형과 함께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시공자인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3명과 석면 철거 하청업체 소장에게는 집행유예, 법인들에는 벌금형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법원 판결에 대해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들은 “몸통은 내버려 둔 채 깃털만 건드린 봐주기”라며 “피해자 가족의 마음에 대못을 박고 대한민국 안전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경찰의 수사력이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의 관련성을 밝히는 데는 부족했던 것 아니었나”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에 검찰은 공사 관계자 7명 전원과 법인 2곳(현대산업개발·백솔기업)의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고 항소심은 광주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경찰은 또한 공사업체 선정에 관여한 브로커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해 5명(4명 구속)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인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이 미국으로 도피해 수사력에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씨가 자진귀국하면서 수사는 재개됐고 경찰은 뒤늦게 업체 4곳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해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에 추징금 9억7000만원의 선고를 이끌어 냈다.
경찰은 원청업체의 입찰방해, 하도급 업체들의 담합, 공사금액 부풀리기, 정비사업전문업체 배임에도 수사력을 집중해 관계자 등 21명(기존 송치자 중복 2명 제외)을 재개발 비위로 검찰에 넘겨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로써 500여일에 걸친 경찰 수사는 일단락됐다. 미흡은 부분은 이제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으로 가려지게 됐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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