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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광주역사민속박물관 10월30일까지 ‘유림숲속 방직공장: 버들꽃씨의 기록’전

by 광주일보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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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 방직공장 역사와 노동자 이야기
4면 실감영상·강제동원 여공 등
기억·기록들 다양한 매체로 만나

전시장에 들어서면 4면 실감영상으로 구현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어느 해 봄, 광주천을 따라 흘러온 버들꽃씨 하나가 홀연히 멈춰 섰다. 시간이 지나자 버들꽃씨에서 잎이 나고 점차 나무 가지가 돋아났다. 얼마 후에는 주변에 생김새가 비슷한 나무들이 주위를 에워쌌다. 나무들은 이내 ‘유림숲’을 일구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버들꽃씨가 빽빽한 유림숲을 떠다니는 장면이 들어온다.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조선후기의 유림숲이다. 네 개의 벽면에 구성된 실감영상은 사실적이며 환상적이다. 웅장한 숲의 이미지를 아름다우면서도 서정적으로 연출했다. 특히 초록으로 가득한 공간에 점점이 불을 밝힌 버들씨는 생명의 빛으로 다가온다.

임동 일대는 그렇게 숲이 우거져 있었다. 그러나 1920년대 후반 광주천변으로 우후죽순 제사공장들이 들어선다. 그 가운데 약림제사와 종방제사는 일본 자본에 해당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이 종방의 전남공장 부지로 낙점된 것은 숲이 우거진데다 특정인의 땅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의 ‘유림숲속 방직공장; 버들꽃씨의 기록’은 임동 방직공장의 기억과 기록을 다채로운 매체로 보여주는 전시다.

오는 10월 30일까지 열리며 지난 2021년 가동을 멈춘 임동 방직공장의 역사와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임동 방직공장을 재현한 모습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앞서 1부는 실감영상으로 짜여진 ‘유림숲의 작은 꽃씨’가 주제다. 꽃씨는 가상의 인물 역할을 한다. 관찰자 시점으로 꽃씨가 보여주는 풍경은 숲으로 대변되는 공간을 초점화한다.

2부에서는 유림숲에 조성된 종연방적 전남공장(종방)과 이곳에 동원됐던 어린 여공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장흥과 진도, 보성에서 광주 종방으로 오게 된 이들의 사연을 음성화한 자료는 엄혹했던 그리고 가난했던 시절이 담겨 있다.

“거대한 방직공장 안으로는 축축한 열기가 가득했다. 여기에 사방으로 목화솜 먼지가 헤집고 다녔다. 얼굴로 파고드는 먼지 탓에 숨 쉬는 것마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장의 불은 꺼지는 날이 없었다. 하루 12시간씩 번갈아 가며 기계 앞에 선 소녀들의 얼굴에 깊은 고단함이 어렸다.”

그렇다면 잠시 이런 의문과 마주하게 된다. 광주에 방직 공장이 들어서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라는. 조광철 광주역사민속박물관 학예실장에 따르면 “조선 후기 광주에는 목화 농사를 짓지 않는 가구가 손에 꼽힐 정도였다. 그만큼 목화 재배에 열성적이었다”며 “광주를 비롯한 전라도 땅 어디를 가더라도 목화밭을 볼 수 있었지만 그 규모에 압도될 만큼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무명실(왼쪽)과 목화솜
 

3부 ‘임동 방직공장의 나날’은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그리고 방직공장의 복구와 활황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당시 일본인들은 방직 기계 일부분을 떼어 가져가거나 파괴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공장 가동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일본인이 떠난 공장에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남았다. 간부급 이상 직원들은 운영위원회를, 종업원들은 별도의 종업원위원회를 두어 재기를 모색했다.

이후 1961년 전남방직은 기업의 대형화에 따른 효율성을 위해 회사 분리 결정을 내린다. 전남방직은 상호를 가지는 대신 도로(국도 1호선)에서 떨어진 광주천 쪽 부지를, 일신방직은 전남방직이라는 상호를 포기하는 대신 도로에서 가까운 부지를 가졌다. 이밖에 3부에는 1960~70년대 방직공장에서 일했던 경험담과 아울러 다양한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4부는 ‘기계소리 멈춘 방직공장에서’를 주제로 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사실 방직공장의 가동중단은 예견됐었다. 생산 설비는 오래 전 옮겨갔고 일하는 사람들도 줄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방직공장이 가동을 멈춘 후에야 사람들이 이곳을 주목했다는 사실이다. ‘방직공장 전경’을 비롯해 ‘발전소’, ‘발전소 복원도’ 등 사진은 새로운 느낌을 환기한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 관계자는 “방직공장에 대한 기억들은 중첩되어 유대를 형성하기도 했고 파편으로만 남는 경우도 있었다”며 “방직공장이 없는 임동과 광주를 상상하기 어려운 것은 이미 도시 광주의 정체성 안으로 이 공간이 깊이 파고든 결과였다”고 말한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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