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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추석이 코 앞인데 …” 낙과·쓰러진 벼 바라보며 ‘망연자실’

by 광주일보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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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뿌린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해 전남지역 상당수 과수 농가가 낙과 피해를 입었다. 태풍이 지나간 8일 오전 순천시 낙안면 이곡마을의 한 배농가에서 농민이 바닥에 떨어진 배를 든 채 한숨을 쉬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추석이 코앞인데 씨알이 굵은 배들만 죄다 떨어졌어요. 7월에는 태풍 ‘송다’가 할퀴고 가더니 9월 추석 코 앞에 태풍이 몰아치고 가니 멀쩡했던 배 10개 중 2~3개는 떨어졌어요.”

김만진(69)씨는 6일 오전 9시께 순천시 낙안면 자신의 배 과수원에서 태풍 ‘힌남노’에 떨어진 배들을 주워 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낙안면에서 20년 이상 배 농사만 지었다. 한 우물만 판 끝에 인근 농민들과 함께 ‘순천 낙안배’를 ‘나주배’ 명성에 버금가는 고품질 배로 키워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만 2차례 태풍 피해를 본 탓에 얼굴엔 그늘이 가득했다.

떨어진 배들을 긁어모으며 속상한 마음에 연신 혀를 차던 김씨는 “추석을 앞두고 전체 물량에서 겨우 10~20%밖에 수확 못했는데 이번 태풍으로 30%는 낙과 피해를 당했다. 나뿐만 아니라 낙안배 농사짓는 농가 대부분이 마찬가지”라며 “일부는 풍수해 보험으로 충당되겠지만 피해가 온전하게 복구되겠느냐”고 맥없이 말했다.

같은 날 진도군 지산면 들녘에서 만난 오창오(81)·남연순(여·71)씨 부부는 오전 6시부터 논으로 달려나갔다가 속상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밤사이 벼가 무사한지 확인하려고 아침도 거르고 나갔지만, 논바닥에 힘있게 박혀 있던 벼들이 모조리 드러누운 벼들을 보고 울화통이 터져서이다.

남씨는 “올해로 50년째 꼼짝 않고 바깥양반과 농사만 짓고 있다. 태풍이 세다 하길래 맘속으론 각오는 했지만 7마지기(4600㎡) 논에 심은 벼가 모조리 쓰러질 줄은 몰랐다”며 “쌀값은 자꾸자꾸 떨어지고 바깥양반은 아프다고 하고 태풍은 자꾸 찾아오고 농사 지을 맛이 안 난다”고 했다.

태풍 ‘힌남노’가 할퀸 상처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지만 올 한해 구슬땀을 흘리며 키워온 농작물들이 못 쓰게 된 탓에 농민들이 입은 상처는 컸다.

6일 전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사유시설 28억5000만원, 공공시설 5억5000만원 등 모두 34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피해는 시·군 지자체 보고가 이뤄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수·목포·고흥 등에서 주택 4동이 침수·파손됐고, 옥외광고물 32개와 지붕판넬 1개도 훼손됐다.

농업 분야 피해 규모는 1124㏊에 달한다. 피해액도 20억5000만원에 이른다. 당장, 태풍에 쓰러진 작물은 벼 364㏊·대파 30㏊·배추 등 124㏊로 집계됐다. 침수 피해를 입은 벼도 24㏊에 달했고, 낙과 피해는 배 544㏊·무화과 16㏊·사과 등 18㏊이다.

수산 분야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완도 전복양식장 가두리 50칸 1만5000마리와 육상양식 넙치 6만 마리도 태풍 피해를 봤고, 여수에서는 굴 5만7000패, 홍합 4만3000패가 태풍에 휩쓸려갔다. 여수·영광·완도·영암에서는 선박 6척이 침수됐고, 무안·신안·영광의 염전 38어가 41곳도 태풍피해를 입었다.

신안 흑산 소사항 선착장·여수 돌산 상주항 방파제·완도 보길도 통섬계항 방파제·고흥 봉래 예내항 방파제, 여수 부잔교 11개 등도 파손됐다.

태풍으로 상수도관이 파손돼 전남지역 11개 마을 481가구의 물이 끊겨 현재 응급복구 작업이 진행중이며, 13개 시·군 1만3400가구는 한 때 정전됐다가 복구됐다. 한 때 통제됐던 천사대교·칠산대교·임자대교·영암~순천 간 고속도로 벌교대교는 통행이 재개됐고, 운행이 중단됐던 철도 3개 노선도 이날 오후 3시부터 정상화됐다.

전남도는 6일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김영록 지사 주재로 지역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세심한 피해 조사를 위해 시·군과 협력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피해조사는 지역민 한 분 한분의 입장에 서서 아주 작은 피해도 철저히 조사해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수산생물 피해는 하루 이틀이 지나 피해가 커질 수 있으므로 지켜보면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추석 연휴 전에 응급복구가 마무리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전남도는 피해 현장에 도, 시·군 공무원을 비롯, 군부대, 경찰, 소방, 자원봉사 등 1만 7000여명의 지원 인력과 덤프, 굴삭기, 청소차 등 526대의 복구 장비를 조기에 투입해 도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전국적으로도 침수·강풍·정전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포항과 경주, 울산에서는 폭우 속에 2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

제주와 남해안에서는 전봇대가 쓰러지거나 냉장고가 날아갔고 전국에서 8만9180호가 정전 피해를 보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경북 포항에서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경주에서도 1명이 사망했으며 울산에서는 1명이 실종됐다. 특히 포항 남구의 아파트 2곳에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간 주민 8명이 실종됐으며 남성 한 명이 대피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돼 소방당국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밖에 경기 시흥에서는 간판이 떨어져 1명이 부상했다.

한국전력은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 오후 3시까지 부산·울산, 대구, 제주, 광주·전남, 경남 등에서 총 8만 9180호(199건)가 정전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현재까지 88.5%인 7만 8890가구가 복구됐으며 신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어 실제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산사태·침수 위험으로 전국에서 2661세대 2463명이 사전 대피했으며 현재 2141세대 2906명이 일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작물 피해는 경남 477㏊, 전남 411㏊, 제주 280㏊, 경북 115ha 등 총 1320㏊이며 추가 피해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순천=김은종 기자 ej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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