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진현기자

문화를 품은 건축물 열전-건축 도시의 미래가 되다 <28> 서울 사비나미술관

by 광주일보 2022. 8. 28.
728x90
반응형

매일 밤,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는 ‘두 개의 달’이 뜬다. 하나는 어두컴컴한 밤 하늘에서, 또 다른 하나는 모던한 외관의 미술관 꼭대기에서다. 별빛이 내리는 저녁, 동네 산책을 나온 주민들은 두개의 달을 보며 힐링의 시간을 보낸다. 지난 2018년 11월 북한산 둘레길 부근에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이 둥지를 틀면서 부터다.

서울 사비나미술관은 흰 벽돌과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삼각형 형태로 건물 꼭대기에 설치된 인공달이 독특한 분위를 연출한다. 반달모양의 조형물은 러시아의 설치작가 레오니드 티쉬코프의 ‘달로 향하는 계단’이다.

사비나미술관으로 진입하는 도로변에 서자, ‘범상치 않은’ 외관을 지닌 건물이 눈에 띈다. 흰 벽돌과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삼각형 건축물이다. 건물 정면에서 바라 보면 마치 항해를 떠나는 함선이 떠오른다. 여기에는 미술관이 들어선 지리적 여건이 한몫한다. 뒤로는 북한산이 감싸고 있고 그 옆에는 진관내천이 흐르는 삼각형 부지에 미술관(지상 5층, 연면적 1740.23㎡)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서울 사비나미술관은 흰 벽돌과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삼각형 형태로 건물 꼭대기에 설치된 인공달이 독특한 분위를 연출한다. 반달모양의 조형물은 러시아의 설치작가 레오니드 티쉬코프의 ‘달로 향하는 계단’이다.

특이한 건, 미술관 외벽에 창문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술관 꼭대기에 설치된 반달 모양의 조형물이 압권이다. 러시아의 설치작가 레오니드 티쉬코프(Leonid Tishkov)의 ‘달로 향하는 계단’(The Stairs to the Moon)으로, 현대인들의 고독감과 소외감을 환환 달빛으로 비추기 위해 제작한 인공달이다.일명 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통해 건축가와 미술가가 협업한 ‘AA(Art & Architecture)’프로젝트다. 관객과 소통하는 미술관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위치에 걸맞은 작품을 들여 놓기 위해 건축가와 작가가 서로 소통하면서 최적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공간의 경계와 틈’이라는 테마로 진행된 AA프로젝트에는 김범수, 김승영, 박기진, 베른트 할프헤르, 양대원,이길래, 진달래&박우혁, 황선태 등 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과 함께 작업한 건축팀은 이상림 대표, 이충헌, 남석우, 전혜원, 강은경 등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5명이었다. 이들은 총 16회의 워크숍을 진행해 미술관 건축물에 8점의 작품을 설치했다. 국내 미술관으로는 최초의 협업사례다. 예술과 건축이 어우러져 미술관 건물이 곧 작품이 된 것이다.

인공달에 이어 AA프로젝트의 두번째 작품은 이길래 작가의 ‘소나무 2018-0’이다. 미술관 주차장에 들어서면 한켠에 설치된 소나무 형상이 시선을 잡아 끈다. 주차장과 어울리지 않은, 생뚱맞은 소나무는 작품의 일부다. 제대로 감상하려면 주차장에서 밖으로 나가 미술관 뒷편을 바라 보면 된다. 하나의 소나무가 미술관 외관으로 이어져 마치 소나무가 땅에서 자라나 벽을 뚫고 나오는 것 같다.

주차장에서 미술관 입구로 향하면 이번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불쑥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 김승영 작가의 ‘말의 풍경’이다. ‘잠깐 쉬어가도 돼’, ‘간소하게 살자’, ‘너의 믿음은 너의 생각이 된다’…. 건물을 두르고 있는 흰 벽돌 위에 쓰여진 철학적 글귀들을 읽다보면 명상에 빠지기도 한다.

사비나미술관의 매력은 전시장 곳곳에서도 느낄 수 있다. 2~3층 내부 계단 벽면에 설치된 김범수 작가의 ‘Beyond Description’과 3~4층에 자리하고 있는 황선태 작가의 ‘빛이 드는 공간’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폐기된 영화필름을 소재로 설치와 조각 작품을 만드는 김범수 작가는 성당의 모자이크 창문을 연상시키는 작업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명상의 공간을 선사한다. 특히 종교건축에서 종종 사용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색감과 이미지를 통해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 점이 인상적이다.

계단을 한층 오르면 만나게 되는 황성태의 ‘빛이 드는 공간’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기존의 공간을 재해석해 빛과 자연이 있는 공간으로 만든 그는 막힌 벽을 빛나는 창으로 바꿔 놓아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다. 3~4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삼각형 꼭짓점 안쪽에 설치된 두개의 창이 그것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 보면 하나는 창문 모양의 조명을 걸어둔 것이고 바로 맞은 편에는 진짜 창이 나 있다. 인공 빛과 자연빛의 조화를 구현하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설계를 맡은 공간건축은 기존에 없던 창을 뚫은 것이다.

미술관을 둘러보면 의외의 재미를 주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4층 엘리베이터 부근의 전시장 뒤에 서 있는 사람이다. 양대원 작가는 가변설치 작품 ‘문 밖의 인생’을 통해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고단한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미술관의 자유로운 관람동선과 작품 보안을 위해 설계한 접이식 철제문을 끙끙거리며 밧줄로 잡아 당기는 사람의 형상이 미소를 짓게 한다.

미슬관 옥상에는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는 박기찬 작가의 ‘통로’등 다양한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또한 사비나미술관은 관람객들에게 ‘숨은 그림찾기’에 빠지게 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술관의 옥상에 설치된 박기진 작가의 ‘통로’와 레오니드 티시코프의 ‘달로가는 계단’이다. 9개의 사각틀과 2개의 칸막이가 옥상 개방공간과 삼각형 천창을 둘러싼 공간에 설치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여정의 길을 만들어냈다. 철문을 따라 산책하도록 제작된 작품의 바닥에는 자갈이 깔려 있어 명상의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시장을 빠져 나온 관람객들은 이 길을 자유롭게 거닐면서 옥상 뷰를 즐기거나 주변의 풍광을 찍는 등 색다른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이처럼 사비나미술관은 건물의 정면에 창문이 없지만 실내 전시장에서 옥상, 그리고 야외로 이어지는 독특한 동선을 통해 열린 미술관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같은 차별화된 건축 콘셉트는 다양한 예술의 융ㆍ복합과 실험적인 전시를 진행한 사비나미술관의 색깔을 선명하게 담아내고 있다. 재개관 이전부터 예술과 타 분야와의 융복합 기획전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데 이어 국내 미술관 최초로 VR(가상현실)전시장과 버추얼(virtual)전시감상투어를 개발하는 등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여기에는 노출콘크리트와 세련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전시장의 분위기가 한몫한다.

강재현 사비나미술관 학예실장은 “메인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는 2~4층은 다른 미술관과 달리 별도로 구획돼 있지 않다”면서 “다양한 작품을 자유롭게 기획하기 위해 열린 공간의 개념을 살려 디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막을 내린 고상우 작가의 ‘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6월15~8월21)전은 이같은 노출 콘크리트의 전시장 분위기와 어우러져 야생의 느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미술관 1층에는 안내데스크와 카페, 2~3층은 전시장, 4층은 관장실과 학예실 및 수장고, 5층은 미술관 아카데미 및 전시, 이벤트 공간인 사비나플러스와 명상의 공간이 마련된 루프탑(명상의 방)이 들어서 있다. AA프로젝트로 탄생한 사비나미술관은 지난 2019년 제37회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서울=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나주시, 나주목관아 ‘향청’ 복원 초읽기… 호남 도읍 명성 되찾는다

나주시가 천년고도 목사고을 정체성 정립과 원도심 관광 활성화를 위한 민선 8기 역점 사업인 ‘나주목관아’ 복원에 박차를 가한다. 나주시는 과원동·금계동 일원 나주목관아 ‘향청’ 복원

kwangju.co.kr

 

광주일보 제보

광주일보 제보 계정입니다.

pf.kakao.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