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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기자

세계의 문화도시를 가다 <5> 오스트리아 빈…불멸의 음악가 ‘예술의 천국’에 잠들다

by 광주일보 2022.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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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 성당, 카페…시립중앙묘지
모차르트·베토벤·슈베르트 등 거장들이 잠든 곳
격조있는 왕궁 ‘벨베데레 궁전’ 클림트 작품 소장
‘국민 건축가’ 오토 바그너, 도시 빈 밑그림 설계

빈의 외곽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시립중앙묘지에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스트라우스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잠들어 있는 &lsquo;음악가 묘역&rsquo;이 있다. 맨 왼쪽의 베토벤 묘와 슈베르트 묘(오른쪽) 사이에 악보를 든 여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모차르트 기념비(가운데).

브람스, 요한 스트라우스, 베토벤, 슈베르트, 그리고 모차르트…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는 불멸의 음악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곳이 있다. 도심번화가인 캐른트너에서 전철을 타고 3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시립중앙묘지’다. 독일어로 젠트랄프리드호프(Zentralfriedhof)로 불리는 이 곳은 면적이 590에이커(2,38㎢)에 달하는 세계 최대 공원묘지로 예술가와 유명인사, 시민 등 33만 여 개의 묘가 들어서 있다.

고딕양식 건축물 슈테판 성당. &lt;사진=위키디피아&gt;

하지만 시립중앙묘지가 ‘특별한’ 이유는 숲과 나무, 새와 사슴, 다람쥐 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천국’이라는 점이다. 엄숙하고 적막한 분위기의 묘지와 달리 이 곳에서는 숲으로 우거진 묘역 사이를 조깅하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고인들의 사진과 묘비명이 새겨진 독특한 스타일의 비석들은 마치 미술관에 전시된 조각작품을 연상케 한다.

지난해 가을, 취재차 방문했던 날에는 정문입구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참배를 마치면 곧장 묘지를 떠나는 한국의 문화와 달리 추모가 끝난 후에도 카페에 들러 휴식을 취하는 빈 시민들의 일상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시립묘지의 중앙에 위치한 돔 양식의 세인트 찰스 보로메오 묘지 교회(St. Charles Borromeo Cemetery Church)에서는 유가족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예배를 올리는 등 경건함을 더했다.

시립중앙묘지의 특징은 정치인, 성직자, 교수, 과학자,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명사들의 묘가 구획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영원히 잠들어 있는 32A 구역이다. ‘음악가들’(Musiker)이라는 문구가 적힌 소박한 팻말을 따라 가면 세계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이 숨쉬고 있는 묘들이 자리하고 있다. ‘음악의 도시’로 불리는 빈은 18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불후의 명작들을 남긴 작곡가들의 본거지 였다. 빈에서 출생하거나 창작활동을 펼쳤던 유명 음악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세상을 떠난 후 이 곳에 잠들게 된 건 그 때문이다.

특히 음악가 묘역에서 뻬놓을 수 없는 이들은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로, 세계 3대 거장을 한자리에서 본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사이 좋게’ 잠들어 있다.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을 배경으로 악보를 들고 있는 여인을 형상화 한 모차르트 기념비가 중앙에 서 있고, 그 뒤 왼편에 베토벤의 묘가, 오른쪽에는 슈베르트의 묘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다른 두 명의 음악가와 달리 모차르트의 묘는 이곳에 없다. 전염병으로 사망한 모차르트는 여러 사람과 함께 매장되는 바람에 정확한 묘지를 알지 못해 기념비를 대신 세웠기 때문이다. 평생 베토벤을 흠모했던 슈베르트는 베토벤 옆에 자신을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길 만큼 두 사람의 인연은 각별했다고 한다.

이들 세 사람의 묘지 옆에는 ‘왈츠의 제왕’인 요한 스트라우스 2세와 브람스의 묘가 나란히 들어서 있다. 방문객들은 음악가의 묘지를 둘러 보면서 이들이 남긴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떠올리며 삶의 위안을 얻는다. 이처럼 빈은 예술가들의 영원한 안식처도 ‘박제된’ 공간이 아닌, 시민들의 쉼터이자 도시를 상징하는 명소로 가꾸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빈의 경쟁력은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과 화려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미술관·박물관이다. 그중에서도 빈 중심가에 우뚝 서 있는 슈테판 대성당은 대표적인 랜드마크이다. 거대한 고딕양식의 첨탑은 1368년 착공해 65년 만인 1433년에 완공된 것으로 높이가 136.4m에 이른다. 25만개의 벽돌로 이뤄진 모자이크 지붕이 인상적인 데, 특히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거행됐던 곳으로 유명하다.

빈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벨베데레 궁전에서 관람객들이 클림트의 작품 &lsquo;키스&rsquo;를 감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빈 여행의 꽃은 벨베데레 궁전이다. 도시 전체에 미술사박물관·레오폴트미술관·알베르티나미술관·쿤스트하우스 등 세계적 명성의 미술관들이 즐비하지만 빈 미술관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벨베데레 궁전이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도 바로 이 곳이다. 격조있는 왕궁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데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1862~1918)의 걸작들을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그의 대표작인 ‘키스’는 황금빛의 캔버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공간을 압도한다. 키스의 황홀함과 행복한 연인의 마음을 금색으로 표현한 작품은 전시장의 어두운 분위기를 뚫고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작가 개인의 경험을 모티브로 삼은 ‘키스’는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와 같은 존재다.

빈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벨베데레 궁전에서 관람객들이 클림트의 작품 &lsquo;키스&rsquo;를 감상하고 있다.

클림트와 함께 벨베데레의 품격을 높여주는 건 그를 추종했던 화가 에곤 실레(Egon Schiele·1890~1918) 등 분리파의 작품들이다. 클림트에 비견되는 천재화가 에곤 실레의 대표작인 ‘가족’을 비롯해 오스카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벨베데레궁전에서는 모네·마네·르누아르·밀레 등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현대미술관이 밀집해 있는 빈의 MQ(무제움스 크바르티어)에 자리한 ‘레오폴트 미술관’에 들러 보는 것도 좋다. 오스트리아에서 에곤 실레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대표작인 ‘발리의 초상’, ‘추기경과 수녀’,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 등을 만날 수 있다.

클림트와 에곤 실레가 19세기말의 빈 예술을 상징한다면 건축가 오토 바그너는 도시의 밑그림을 설계한 디자이너였다. 빈을 거닐다 보면 트램으로 대변되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는 것을 볼수 있는데, 거미줄 처럼 도시를 촘촘히 엮은 그의 교통설계 덕분이다. 레오폴트 미술관이 지난해 기획한 ‘비엔나 1900-모더니즘의 탄생’(Vienna 1900~Birth of Modernism)은 세기말 빈 미술을 포괄적으로 조명한 자리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거장들과 함께 오트 바그너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등 국민 건축가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유럽의 ‘보석’인 빈은 매년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힐 만큼 전 세계인들이 부러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미술과 음악, 건축 등 화려한 유산을 비롯해 공연장과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클래식 선율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빈의 매력은 시민들의 소소한 삶에서 찾을 수 있다. 도심 곳곳의 공원과 벤치, 노천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비엔니즈’(Viennese)들의 평범한 일상이다.

빈=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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