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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준기자

6000원대 치킨에 1시간 줄선다…‘치킨런’ 해보니

by 광주일보 2022.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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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광주시 광산구 하남동 홈플러스 하남점 개장 전에 마리당 6000원대 치킨을 구매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한 마리에 6000원대에 내놓은 프라이드 치킨을 사려고 대기 중이었다.

이날 영업 직전까지 늘어선 대기 인원은 족히 60명이 넘었다. 홈플러스가 한 회당 내놓는 치킨은 20마리이지만,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인 이른바 ‘포켓몬빵’을 사려는 인파와 뒤섞여 점포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 10시 주 출입구 철문이 열리자 대기 행렬은 한꺼번에 식품 매장으로 달려갔다. 이날 오전 준비된 치킨 20마리는 개장 직후 3분이 지나기도 전에 동이 났다.

치킨 2마리를 구매한 김양숙(65·광주시 광산구 운남동)씨 부부는 “4인 가구가 먹을 양으로는 한 마리로는 부족해서 부부가 함께 나왔다”며 “배달 치킨이 워낙 비싼 탓에 저렴한 치킨 맛을 보려고 아침 일찍 나섰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지난 6월 말 프랜차이즈 치킨의 3분의 1 가격 수준에 불과한 치킨을 내놓아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다른 대형마트들도 저가 치킨 판매에 맞불을 놓았다.

IMF 외환위기와 맞먹는 물가 상승세 속에서 대형마트들이 골목상권 대표 품목인 치킨을 두고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자칫 극한으로 치닫는 ‘치킨게임’ 형국이 될 우려를 낳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의 치킨 초저가전은 지난 6월 말 홈플러스가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홈플러스가 처음 저가 치킨을 내놓은 지난 6월30일부터 이달 21일까지 해당 상품 누적 판매량은 46만마리에 달한다.

배달료를 포함하면 3만원을 훌쩍 넘는 유명 브랜드 치킨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에 곧바로 반응했다.

롯데마트는 말복을 맞아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한 마리 반 분량(1.2㎏) 프라이드 치킨을 7000원 할인한 8800원에 내놓기도 했다.

이 기간에 광주지역 롯데마트 3곳 치킨 델리 상품 매출은 전년 같은 요일보다 120% 증가하고, 전주보다는 150% 급증했다.

 

이마트도 지난 18일부터 일주일간 치킨을 마리당 5000원대 후반에 내놓고, 점포당 오후 세 차례에 걸쳐 번호표를 나눠주며 20마리씩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도 지난 18일부터 일주일간 ‘(9호)후라이드치킨’을 마리당 5000원대 후반에 내놓고 있다.

이마트도 홈플러스와 마찬가지로 치킨 구매 수량을 1인 한 마리로 한정했으며, 점포당 오후 세 차례에 걸쳐 번호표를 나눠주며 20마리씩 판매하고 있다.

일부에선 두 마트 간 치킨 판매 시각이 다르다는 점을 활용해 점포를 오가며 치킨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생겨나고 있다.

저가 치킨을 내놓은 나흘 동안 광주지역 이마트 3개 점포의 치킨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5.0% 증가했다. 이마트는 초밥 등 다른 ‘델리’(간편식) 상품군도 할인가에 내놓고 있는데, 전체 델리 상품 가운데 치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다.

지난 2010년 롯데마트가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선보이며 빚어진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달리 12년 만에 다시 등장한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은 고물가로 인한 생활고가 심해진 탓에 여론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윤상현 한국외식업중앙회 광주시지회 부장은 “현재 열풍이 일고 있는 대형마트 치킨 할인 판매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끼워팔기’ 전략의 하나로 단발성 행사에 끝날 것으로 인식된다”며 “다만 원재료를 대량 매입하는 대형마트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유통구조가 다른 상황에서 치킨집 원가구조를 왜곡하고 폭리를 취한다는 시선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치킨 등을 할인 판매하는 롯데마트 식품 매장.<롯데마트 제공>

최근 닭고기는 물론 식용유와 양념에 드는 식재료, 포장비, 인건비, 임차료, 배달비 등 ‘안 오른 게 없을’ 정도로 치킨집 원가 부담은 커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프랜차이즈에 납품되는 닭고기 가격(염지비·절단비·포장비 미포함)은 ㎏당 3522원으로, 전년 같은 날(3249원)보다 8.4% 올랐다.

하지만 지역의 열악한 경제기반과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절벽 현상이 맞물리면서 생계형 치킨 창업은 갈수록 늘고 있다.

광주에서 영업하는 치킨 전문점 수는 1281개(2018년)→1365개(2019년)→1414개(2020년)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광주에서 폐업한 치킨집들의 평균 영업기간은 지난 2019년 3.2년에서 2020년 3.0년으로 짧아졌다.

통계청 통계지리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치킨 전문점 증가율은 광주가 0.04%로, 세종(0.15%)과 제주(0.05%)에 이어 전국 3위에 들었다.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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