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불합리 규제의 대명사”
대로변 구간 255개 우선 제거
2010년 국비 지원 중단에
안쪽 180개는 그대로 남아
조선업 물류 가로막는 ‘대못’
노후 산단 개조 속도 높여야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 마디로 불합리한 규제의 대명사가 돼버린 ‘영암 대불산업단지 전봇대’가 15년이 지났음에도 상당수 그대로 존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에 대한 면밀한 파악과 현실적인 대안 제시, 소요 예산에 대한 지원, 미래 예측을 통한 지속가능성 제고 등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변 구간 255개만 우선 제거했으나 안쪽 전봇대 180개는 그대로 남아 있어 기업들의 불편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이후에는 국비 지원이 중단되고 열악한 재정의 영암군이 떠맡으면서 유야무야되는 분위기다.
3일 전남도에 따르면 대불산단 ‘전봇대 뽑기’는 10년 넘도록 진행형이다. 15년 전인 2008년 1월 18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하면서 불합리한 규제의 대명사로 꼽혀온 대불산단 전봇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당시 전남도와 영암군은 2015년까지 산단 내 대로변 등 29개 구간 255개소(19.35㎞)에 세워져 있던 전봇대를 뽑았었다.
전남도는 이에 따라 남아있는 전봇대 뽑기에 나서 내년부터 2년 간 국비 등 225억원을 투입해 영암군과 함께 대불산단 내 5.07㎞ 구간의 전봇대 180개를 뽑는 ‘전선 지중화 사업’을 벌인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4월 현장을 찾아 고압선 단전사고 현장을 둘러보며 노후화된 대불산단의 시설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 바 있다.
대불산단 전봇대는 현장에서의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우선, 15년 가까이 전봇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는 국가산단임에도 요란했던 정부의 ‘반짝 ’ 관심이 사라지면서 예산 지원이 중단됐고, 이후 지자체로서는 감당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점이 꼽힌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뤄졌던 지중화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은 2년 뒤인 2010년부터 끊겼다. 열악한 자치단체 재정으로는 전봇대 뽑는 사업을 추진하기 버거웠다. 2008년 21억원에 달했던 지중화 사업비가 2010년 5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다.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다른 현안 사업을 포기하면서 웬만한 산단 조성 비용과 맞먹는 돈을 전력선 지중화를 위해 투입하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한전측도 정부의 반짝 관심이 사라지면서 슬며시 다른 입장을 냈다. 한전측이 2009년 7월부터 ‘전력선 지중화를 원하는 사업체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했다.
국내 조선업은 지난 2007년 정점에 올랐다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세계 물동량 감소, 해운업 불황, 선박 발주 감소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었다. 생존을 걱정하는 시기, 회사 입구의 전봇대를 뽑아달라며 비용 일부를 내겠다는 업체가 있을 리 만무했다.
대불산단을 조선산업 클러스터 단지(2004년)로 지정하면서도 애초 자동차·기계 산단 중심으로 조성됐던 기반시설을 조선 산단 중심으로 리모델링하는 데 속도를 높이지 못했던 점도 한몫을 했다.
조선업의 경우 지난해부터 발주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수퍼사이클’ 로 호황기에 접어들었는데, 발주 선박들의 대형화 등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박 구조물(최대 32m)보다 훨씬 낮은 전봇대에 걸린 전선(8~12m) 때문에 전선을 우회하거나 절단해야 하는 불편을 겪는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력선을 지중화하더라도 가로등과 신호등 등을 모두 없앨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운송로를 일원화하는 등 산단을 대형 조선업에 맞게 리모델링하는 게 절실한 형편이다.
그나마 전남도와 산업자원부 등이 뒤늦게나마 ‘2022년 전국 산단 대개조’ 를 통해 대불산단을 주축으로 친환경 조선 및 해상풍력 특화산단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나선 만큼 세계적 흐름에 맞출 수 있도록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 관계자는 “서남권 핵심 산업인 조선 및 해상풍력이 재도약하는 기반을 확실히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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