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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by 광주일보 2022.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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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지음
잊혀진 작가와의 즐거운 만남

책에 등장하는 스물 세명의 작가 가운데 내가 아는 이는 단 세명이었다. 앙리 루소, 페르디낭 슈발, 루이 비뱅. 그리고 정확한 작가의 이름은 모르지만 작품이 익숙한 이가 세 명 정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읽었다. 책을 죽 넘겨가며 가장 마음이 당기는 그림을 그린 작가의 이야기부터 골라 읽었다.

최근 들어 수없이 쏟아지는 미술 관련 책 중에 이 책은 단연 돋보인다. 비슷비슷한 작가들의 이야기와 작품 소개에 지쳐갈 무렵 읽은 이 책은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전해준다.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내 삶을 바꾼 아웃사이더 아트’는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등에 출연한 미술에세이스트 이소영(조이뮤지엄 대표)의 책이다.

‘잊혔거나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들의 삶과 작품에 매료된 작가는 사라진 화가들의 작품인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 art)를 소개한다. 그의 전작이 75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화제가 됐던 ‘모지스 할머니 열풍’을 일으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그랜마 모지스’와‘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등인 점을 보면 저자의 이번 책은 그가 새롭게 찾아내 우리에게 데려 온 ‘새로운 작가’와의 즐거운 만남임에 틀림없다.

사후 70년 만인 2016년 영국 덜위치 픽쳐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위니프레드 나이츠는 로마 교황상을 받은 첫번째 여성 화가였지만 철저하게 잊혀졌던 작가다. 책에 실린 ‘홍수’는 성경 속 노아와 그 가족을 표현한 작품으로 작가의 전쟁 경험이 투영돼 있다. 그림에 등장하는 스물 한명의 움직임과 독특한 구도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작품이다.

책의 표지화로도 쓰인 작품의 주인공 빌 트레일러는 85세 때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95세까지 2000점이 넘는 작품을 그렸다. 그는 이소영 작가가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수집하게 한, 그리고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한 최초의 작가였다. 거리에서 주운 광고지나 판자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의 드로잉 작품들은 자유롭고도 성실하다.

흑인 노예 가정에서 태어난 호레이스 피핀은 1차 대전 당시 부상당해 움직이지 않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지지하며 난로에 달군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 속 가족의 모습은 평범하지만 거룩하다.

우편배달을 하던 페르디낭 슈발은 어느 날 신기하게 생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후 ‘자연의 재료를 선물이라 여기고 이 재료로 궁전을 짓자’고 마음 먹는다. 이후 그는 돌로 궁전을 짓기 시작하고, 꿈을 꾼 지 33년이 되었을 때 궁전을 완성한다. 작가는 슈발의 삶에서 탐내고 싶은 단 한가지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 책이 “자신의 삶이 소멸되는 것이 두려운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찮은 예술도 없고, 하찮은 삶도 없다”고 덧붙인다.



<창비·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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