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앞두고 발길 뜸한 시장…“채솟값 듣자마자 지갑 닫네요”

호남통계청 ‘7월 소비자물가 조사’ 동행해보니
배추 4포기 열흘 만에 1만8000원→3만3000원
상추·오이·애호박·시금치 등 12개 전달보다 올라
상인들 “대형 업체에 가격 경쟁력·물량 확보 밀려”
하반기 물가 정점 예측에 국제유가·이상기후 변수될듯

25일 오전 임상문 호남지방통계청 물가조사팀장이 광주 양동시장 한 채소 점포를 찾아 농산물 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열흘 전 1만8000원 하던 배추 4포기 값이 3만3000원으로 뛰었어요.”

25일 오전 찾은 광주 양동시장의 한 채소 점포에서 임상문(57) 호남지방통계청 물가조사팀장이 농산물 가격들을 받아 적다가 깜짝 놀라 펜을 놓았다.

임 팀장이 기록한 표에는 배추 4포기 가격이 지난달 말 1만7000원이었지만 이달 초 1만8000원, 이번에는 3만3000원으로 한 달 새 94.1% 뛰었다. 배춧값 급등은 출하량 부족에 따른 것으로, 이달 들이닥친 폭염 때문에 배추에 석회 결핍과 무름병 등이 생기고 있다.

3년째 물가조사팀을 이끄는 임 팀장은 “올해만큼 물가 조사하기 힘든 해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임 팀장은 양동시장 점포 14곳과 대형마트 1곳, 중소형 마트 2곳, 꽃집 등 18곳을 찾아 농수축산물 96개 품목 가격을 조사했다.

이날 임 팀장은 광주시 서구 한 대형마트를 찾아 축산물과 수입 과일 등 11개 품목 가격을 조사했다.

호남통계청 물가조사팀 5명은 광주 5개 권역별로 한 달에 200곳씩 총 1000곳을 대상으로 458개 품목에 대한 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가격 변동이 심한 농축수산물은 열흘에 한 번, 한 달에 세 번 오전 시간대 위주로 조사한다.

이날 임 팀장과 양동시장과 서구 한 대형마트에 동행하며 점검한 71개 품목 가운데 12개는 한 달 새 가격이 상승했다.

가격이 오른 품목 모두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 자주 담기는 찬거리였다.

양동시장에서 20년 넘게 채소 장사를 해온 한 상인(67)은 이날 오전 매출이 만원 남짓에 불과하다며 넋두리했다.

그는 “손님에게 지난달 ㎏당 7000원에 팔았던 상추를 이달 말 들어 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며 “내일(26일)이 중복인데도 시장통이 한산하고 가격을 듣자마자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개당 500원이었던 취청오이 가격은 이달 말 1500원으로, 3배 수준으로 뛰었다. 애호박은 개당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 올랐다.

시금치(㎏당 6000원→1만5000원)와 양배추(1통 3000원→5000원), 무(개당 2000원→3000원), 미나리(㎏당 5000원→6000원), 감자(㎏당 4000원→5000원), 고구마(㎏당 5000원→6000원), 대파(한 단 5000원→6000원) 가격도 한 달 새 크게 올랐다.

만원 한 장으로 지난달에는 참외 10개를 살 수 있었지만, 이달에는 8개만 구매할 수 있다.

과일을 파는 오광자(79)씨는 “지난해 수확한 사과(부사) 물량이 소진되면서 서부농산물도매시장에서 좋은 상품을 구하기 힘들다”며 “손님들은 품질 좋은 과일들을 대량 사들이는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 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생선 장사 15년 경력 양봉희(56)씨는 “해면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바뀌면서 어획량은 줄고 있는 추세지만 코로나19로 수산물 소비가 줄면서 어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올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라는 예측이 있지만, 기후변화와 국제 정세 불안으로 농산물 가격이 널뛰면서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다”며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4주 연속 하락 추세였지만 이번 주 국제유가가 또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면서 하반기 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첫 소비자물가 동향 조사 결과는 오는 8월2일 공표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5월보다 0.5% 오른 120.04로, 올해 1월부터 6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