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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우편함 속 세계사-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최안나 옮김

by 광주일보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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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통의 편지로 엿보는 역사의 이면

요즘은 손글씨로 편지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9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자연스럽게 손편지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러나 편지 쓰기가 한때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15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는 편지의 전성시대라 해도 무방할 만큼 편지는 주요 소통 수단이었다. 종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우편배달부를 비롯한 우편 시스템이 갖춰진 덕분이었다.

사실 편지는 가장 오래된 통신 매체 가운데 하나다. 인류 이래 사람들은 편지 쓰기를 멈춘 적이 없었다. 점토판은 물론이고 파피루스에도, 양피지에도 편지를 썼다. 그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 편지라 할 수 있다.

괴테는 편지를 일컬어 “한 사람이 남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회고록”이라고 말한 바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사람은 죽어도 그 편지는 살아남아, 그것의 주인공의 삶을 말해준다. 범박하게 말한다면 인류사는 편지의 역사라 해도 무방하다.

히틀러에서 피카소, 람세스 2세, 안토 체호프, 체게바라 등 역사적 인물들이 남긴 편지를 묶은 책이 나왔다. 영국 출판대상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젊은 스탈린’의 저자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가 쓴 ‘우편함 속 세계사’는 모두 129통의 편지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편지로 보는 세계사라 할 수 있다.

편지의 저자로는 위에서 언급한 인물 외에도 폭군, 여배우, 황후, 작가, 시인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다. 시대로는 고대 이집트, 로마와 현대에 걸쳐 있으며 다양한 문화와 국가, 인종을 아우른다. 주제 또한 사랑, 가족, 창조, 용기, 발견, 전쟁, 우정, 품위 등 다양하다.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보낸 연애편지는 연인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1796년 2월 24일자 편지는 이탈리아에서 전투를 치를 때 쓴 편지다.

“어서 돌아오시오. 미리 말해두지만, 만약 당신이 늦어지면 나는 병이 들고 말 거요. 피로와 당신의 부재는 내가 견디기엔 너무 큰 고통이오. 당신의 편지가 나의 일상에선 큰 즐거움인데, 그런 즐거움이 있는 나날이 많지 않소.”

전쟁터에서 한가하게 이런 편지를 쓸 정도면 천하의 나폴레옹도 한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안달이 난 보통의 남자임을 보여준다. 나폴레옹은 한동안 답신이 없는 조세핀에게 “당신의 편지가 나의 일상에선 큰 즐거움인데 그런 즐거움이 있는 나날이 많지 않소”라고 고백한다.

고통의 삶을 그림으로 녹여냈던 프리다 칼로가 남미 벽화운동의 선구자 디에고 리베라에게 보낸 편지는 열정적이고 감성적이다. 두 사람은 후일 이혼했지만 프리다와 디에고의 작품은 맥시코 국가 예술을 형성하는 데 기반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보낸 2018년 5월 24일자 편지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당시 트럼프 편지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개인적 외교력이 정상회담에서 전통적 정치인은 꿈도 꿀 수 없는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한다.

이밖에 책에는 프란츠 카프카가 막스 브로트에게 보낸 작별 편지, 윈스턴 처칠이 아낸 클레먼타인에게 보낸 편지, 작가 에밀 졸라가 프랑스 대통령 펠릭스 포르에게 보낸 편지 등도 실려 있다.

한편 저자는 서문에서 바이런 경의 말을 인용하며 “편지 쓰기는 고독과 좋은 동행을 결합하는 유일한 도구”라는 말로 의미를 부여하며 “편지 모음을 읽는 이들이 그 속의 용기, 아름다움, 진정성에 감탄하길 바란다”고 덧붙인다.

<시공사·2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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