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0.5% 올리면 지역 중기들 연 8천만원 더 부담”
경제계 “부채 부실화·경기 위축 부작용 우려…대책 마련을”
6% 대로 치솟은 물가를 잡고 한-미 기준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13일 정부가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하면서 국내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9월 말에는 중소법인·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만기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대출 지원조치가 종료된다.
이날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했다.
한은이 통상적 인상 폭(0.25%포인트)의 두 배인 0.50%포인트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차례 연속(4·5·7월) 기준금리 인상도 전례가 없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막고 최근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를 크게 올린 미국과 기준금리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대출 이자 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광주·전남지역 예금취급기관 기업대출 잔액은 65조1766억원으로, 이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은 96.0%(62조5781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국 중소기업 대출 비중 85.0%(1544조원 중 1313조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광주·전남 중소기업 대출액의 절반 이상은 당장 지급할 인건비와 재료비 등 운전자금 명목이라 원리금·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
광주·전남 예금은행에서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 41조46944억원 가운데 운전자금 대출 잔액은 55.5%인 23조201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들은 대출 의존도가 높아 대출금리가 오르면 이자 비용 타격을 크게 받는다.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대기업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산금리도 더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한은 광주전남본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 대출금리가 0.5% 오를 때 광주·전남 중소기업 887개사는 업체당 연평균 8000만원의 이자를 더 부담하게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오른 이날 경제단체들은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잇달아 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최근의 물가 불안과 환율 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 있지만, 가계·기업 부채 부실화와 경기 위축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향후 통화정책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정확한 경제 상황 진단과 경제 주체의 체력을 고려한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취약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가계와 기업의 금융 방어력이 취약하고, 실물 경제도 부진한 상황인 만큼 향후 금리 인상 속도는 조절해야 한다”며 “정부는 미국과의 금리역전 현상에 유의하면서 무역수지 흑자 등을 통한 원화 가치 안정 노력으로 금리 인상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금융부담이 급증해 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민간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한계상황에 처한 많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정부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931조원이고 이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437조원에 달한다”며 “금리가 지속해서 인상된다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이는 실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빅 스텝 단행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기준금리 상향 조정은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금리 인상으로 수출 초도자금과 운영자금 등 기업의 대출 금리가 상승해 투자 및 제품 생산에 어려움이 커질 우려가 있다. 정부에서 정책금융 저리 대출을 통한 수출업계 지원도 함께 고려해 달라”고 촉구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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