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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광주일보 촬영 5·18 당시 금남로 현장] 트럭에 싣고 어디갔지…행불자·암매장 전수조사 나서야

by 광주일보 2022.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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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의 사진이 말하는 진실은?
태극기에 싸여 트럭에 실린 시신…금남로4가 도로에 쓰러져 있는 시민
시신 운반 픽업트럭, 저격수 조준사격 가능성…실종자 발굴 반드시 필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시민이 태극기에 싸인 채 픽업 트럭에 실려있다. 두 사진은 짐칸의 앞과 뒤에서 각각 촬영한 모습이다.

22일 광주일보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와 함께 공개한 두 장의 사진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자와 암매장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한 집단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계엄군이 퇴각하면서 저격수들이 시민들을 정조준해 사격했다는 제보자들의 증인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진실규명을 위한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 중에선 무엇보다도 태극기에 싸여 픽업트럭에 실려 있는 시신 1구가 눈길을 끈다.

진상조사위는 이 사진이 지난 2월 진상조사위에 ‘리어카에 실려있는 시신 1구에 대한 제보’를 한 제보자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소중한 자료라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제보자 A(당시 22세)씨는 1980년 5월 21일 오후 2시께 광주시 동구 대인동에서 태극기에 덮힌채 리어카로 실려있는 시신 1구를 발견했다고 한다. A씨는 이후 친구와 함께 금남로 인근에서 ‘삼성전자’라고 쓰인 포니 픽업 차량에 이 시신을 옮겨 싣고 산수동 쪽으로 운전하면서 시민들의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고 한다.

A씨는 시신과 함께 짐칸에 앉아서 구호 등을 외치다 오후 4시께 옛 전남도청 앞 시위에 합류하기 위해 대인동의 한 개인병원 앞에 차량을 세워두고 이동했다고 진술했다. 병원앞이어서 병원 관계자들이 시신을 처리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1980년 5월 21일 오후께 금남로 4가에 시민 한명이 쓰러져 있지만, 주변의 시민들이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시신을 자세히 확인하진 못했지만 태극기 밖으로 나와 있는 구두를 보고 희생자가 30대 남성이며 피를 흘린 흔적이 있고 픽업 차량 짐칸에 실렸다는 점에서 큰 키는 아닌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진상조사위는 다만 A씨가 대인동 개인병원을 정확히 기억하진 못했지만 광주일보 사진이 제보자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금남로 4가에 혼자 덩그러니 쓰러져 있는 시민의 사진도 최초로 공개됐다.

사진상으로는 쓰러져 있는 시민의 생사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진상조사위는 저격병에 의한 희생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쓰러져 있는 시민을 두고 아무도 다가가지 않고 멀리서 지켜 보고만 있다는 점에서다.

진상조사위는 1980년 5월 21일 당시 계엄군의 발포를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1단계는 오후 1시께 벌어진 집단발포이고, 이후 시민들이 재집결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네 곳의 건물 옥상에서 이뤄진 저격병에 의한 발포가 2단계다. 마지막 세번째는 광주외곽으로 퇴각명령이 떨어져 퇴각하는 과정에서의 발포이다.

진상조사위는 광주일보의 이 사진이 두번째 단계의 발포를 확인해 주는 자료로 판단하고 당시 사망자 또는 부상자 전수조사를 통해 교차 검증을 할 계획이다.

신동일 진상조사위 조사3팀장은 “5월 21일은 집단발포가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당일 희생자가 찍힌 현장사진은 거의 전무한 형편이다”면서 “이번 광주일보의 제공사진들은 제보자들의 증언을 교차 검증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는 점에서 진실규명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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