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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세밀화가8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똥나무에서 돈나무가 되기까지 최근 부쩍 주변 사람들에게 식물 재배 방법과 식물 장소를 추천해 달라는 문의를 자주 받는다. 그만큼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퇴근길 꽃 가게에서 꽃을 사고, 화분 놓을 장식장과 식물 조명을 구입할 정도로 식물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전체 화훼 소비량의 80% 이상은 축하·행사용 꽃 소비가 차지한다. 결혼식이나 입학식, 졸업식과 같은 행사와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같은 기념일 그리고 개업식, 집들이 선물을 위해 우리는 식물을 산다. 나의 부모님은 평소 내가 원예학도인 것을 잊은 듯하면서도 지인의 개업식이나 집들이를 위해 위해 화분 선물할 때에 꼭 내게 “너 원예학과니까 화분 좀 주문해 봐”라고 하신다. 그러면 나는 핸드폰으로 주변 화훼 농장과 상점을.. 2022. 11. 27.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향이라는 감각, 목서라는 이름의 식물 작년 이맘때 완도수목원에 다녀와 찍은 식물 사진들을 친구들에게 보여 주었더니 한 친구가 말했다. “나 거기 알아. SNS에서 봤어.” 식물원, 정원, 미술관, 박물관… 최근 대중에게 인기 있는 장소에 관해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김없이 대화는 SNS 경험담으로 흐른다. 그간 코로나로 외출을 못 하게 되자 SNS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장소를 경험하는 ‘온라인 삶’을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식물 문화 또한 온라인상의 대중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식물원에서는 SNS계정으로 오늘 개화한 정원의 식물 사진을 공유하고,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 온라인 정원 투어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식물원에 직접 가면 SNS에 올리기 좋은 ‘포토 스팟’을 만들어 둔 곳이 많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접한 식물.. 2022. 10. 29.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완도 호랑가시나무와 어떤 과도기 내게는 식물 책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지난달 책장을 정리하다 우리나라 1세대 식물학자인 장형두 선생의 책 ‘학생 조선 식물 도보’(1948년)를 발견했다. 장형두 선생은 해방 이후 펴낸 이 책 속 모든 글을 우리말로 썼다. 식물은 묻사리, 학명을 갈 이름으로. 그렇게 일본 말을 완전히 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마지막에는 ‘우리나라 국명과 일본명 맞대보기’장이 있다. 선생은 이 장 꼭지에 이렇게 일러두었다. ‘일본명을 여기에 쓴 것은 아직까지 일본 말 참고서가 많이 쓰이고 있는데 비추어 똑바른 우리말 이름을 찾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과도기적 조치다.’ 나는 ‘과도기적 조치’라는 말을 되뇌었다. 왜냐면 나 역시 내가 그리는 그림이 ‘식물 세밀화’라는 용어로 알맞지 않지만 선생의 말씀처럼 과도기적 .. 2022. 10. 2.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강진, 정약용 선생의 정원과 동백나무 지난여름 경기도 남양주시청이 보낸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메일에는 함께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시청 직원분들은 내게 다산 정약용 선생의 이야기를 꺼냈다. 선생의 고향이 남양주라며 선생이 자연을 바라보며 쓴 시 ‘다산화사 20수’에 등장하는 식물을 그려 달라고 했다. 정약용 선생의 고향이 내가 사는 지역이라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가 식물을 특별히 좋아했으며, 식물에 관한 시까지 썼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평소 실학자로서의 선생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다산화사’ 속 식물을 그리게 되었다. 시청 직원분들이 내게 건넨 종이에는 한자와 한글로 풀이된 시 전문이 적혀 있었다. 그림을 그리기 전 내가 할 일은 한자의 식물이 정확히 어.. 2021.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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