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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향이라는 감각, 목서라는 이름의 식물

by 광주일보 2022.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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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완도수목원에 다녀와 찍은 식물 사진들을 친구들에게 보여 주었더니 한 친구가 말했다. “나 거기 알아. SNS에서 봤어.” 식물원, 정원, 미술관, 박물관… 최근 대중에게 인기 있는 장소에 관해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김없이 대화는 SNS 경험담으로 흐른다. 그간 코로나로 외출을 못 하게 되자 SNS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장소를 경험하는 ‘온라인 삶’을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식물 문화 또한 온라인상의 대중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식물원에서는 SNS계정으로 오늘 개화한 정원의 식물 사진을 공유하고,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 온라인 정원 투어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식물원에 직접 가면 SNS에 올리기 좋은 ‘포토 스팟’을 만들어 둔 곳이 많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접한 식물 사진과 동영상 정원 투어로 우리가 식물과 그 장소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생물이란 기록된 이미지와 영상으로 모든 정보가 전달될 만큼 납작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에게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이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느낀다는 것은 이 오감을 감각한다는 의미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식물 세밀화가이기에 시각 이미지를 주로 관찰하지만 가령 민들레를 관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잎의 상쾌한 향기를 맡고, 민들레를 맴도는 벌의 소리를 듣기도 하며, 잎의 까슬까슬한 촉감도 느낀다.

하지만 내가 기록한 그림에는 청각과 후각, 촉각과 미각은 삭제된 채 시각에 의한 이미지만이 담긴다. 우리가 온라인상에서 접하는 데이터는 대부분 후각과 미각과 촉각은 삭제되어 있다. 우리는 이점을 유념해야 한다.

코로나를 겪으며 내게는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식물을 보러 가는 장소와 만나는 식물의 향을 더욱 예민하게 감각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 것이다. 늘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다 보니 향을 맡는 경험이 더 귀해졌기 때문이다. 향은 전달과 재현이 힘들다. 일본에서 보낸 물건이 우리나라에 단 하루 만에 도착하고, 제주도에서 보낸 음식을 반나절만에 서울에서 택배로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나는 지금 집 근처 정원에서 나는 달콤한 계수나무 향기를 친구들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없고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보여줄 수 없다. 결국 향기를 직접 맡기 위해서는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삶이 고립되고 정체될수록 향기란 존재는 더욱 귀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남부 지역에서는 목서속 식물들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목서 꽃이 핀다는 것은 공기 중에 진한 꽃 향이 깃들어 있다는 말이다. 목서는 한 종의 식물이 아니라 하나의 가족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목서속 식물로는 목서, 금목서, 은목서, 구골나무, 박달목서 등이 있다. 이들은 교잡되고 개량되어 정원에 심어졌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은목서라 부르는 나무가 실은 은목서가 아니라 구골나무 교잡종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목서속 식물의 제대로 된 이름을 부르기란 어려운 일이다. 목서는 보편적인 현화식물보다 꽃이 작고 덜 화려하지만 또 공평하게도 다른 식물들보다 훨씬 짙은 꽃 향이 난다. 이들의 강력한 향기는 이미 화장품, 향수의 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목서 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향기를 묘사하는 것만큼 어렵고 부질없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지금 남부 지역의 가로수, 화단, 공원, 마당 등 식물이 있을만한 모든 곳에서는 어김없이 주황색 꽃의 금목서와 미색의 은목서 꽃이 만개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남부 지역의 사정일 뿐 내가 사는 경기도에서는 목서속 식물의 근황을 전혀 알 수 없다. 작년 이맘때 나는 완도수목원에서 금목서 꽃 향을 맡았다. 늦은 오후 노을 색과 구별하기 힘든 주황색으로 피어난 금목서 꽃에서는 달콤하면서 우아한 향기가 났다. 다음날 서울에 올라와 버스터미널 근처 백화점을 지났을 때,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에서 목서의 또 다른 이름 오스만투스(목서속의 속명)라는 이름의 향수를 만났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향수에서는 내가 전날 맡은 금목서의 향을 맡을 수 없었다. <식물 세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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