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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시인11

[서효인의 ‘소설처럼’] 솔직하고 유려하기 -임지은 산문집 ‘헤아림의 조각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에세이는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을 뜻한다. 여기서 일정한 형식은 아마도 시나 소설, 희곡이라는 장르의 문법을 이르는 말일 터다. 즉 에세이는 장르라는 외피를 던지고, 작가의 느낌이나 체험을 쓰는 글이다. 하나 느낌이나 체험을 쓰는 글이라는 말로 에세이를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거의 모든 글은 각자의 느낌이나 체험이 재료가 되니까. 일기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글도, 노트 구석의 낙서마저도 그렇다. 그것들 모두를 에세이라 부르게 주저함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에세이에는 위의 글과는 다른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만 할 것 같다. 그 특별함은 솔직함과 유려함의 균형에서 비롯될 것.. 2023. 6. 17.
[서효인의 ‘소설처럼’] 버릇 고치기 프로젝트 -밤코 ‘배고픈 늑대가 사냥하는 방법’ 속담이 대체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은 의심할 수 없는 진리다. 그래서 둘째 손가락에 생긴 거스러미가 못내 신경 쓰이는 것이다. 저거, 앞니로 물어뜯은 것 같은데, 한번 물어뜯으면 계속 물어뜯게 되는데, 삐죽 솟은 거스러미가 불편해서 또 물고, 그걸 물어서 거스러미는 더 생기고… 그래서 마흔이 되어서도 거스러미를 입에 대고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왜 이렇게 잘 아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아홉 살이나 열 살부터였을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악질적이었던 폭력 선생이 담임이었는데, 그때 생겼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다닐 때 여섯 명의 담임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선생의 이름만 기억에 남았다. 손톱도 그 기억의 질감을 닮아 내내 .. 2023. 3. 25.
[서효인의 소설처럼] 구도의 애도 - 유영은 외 ‘구도가 만든 숲’ 최근 출간된 신예 작가 단편 앤솔러지의 표제작이자 신인 작가 유영은의 신작 단편인 ‘구도가 만든 숲’은 꽤 의뭉스러우나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인 ‘구도’를 바라보는 화자 ‘나’의 진술로 이루어져 있다. 지방에 위치한 J시에 사는 구도는 몇 년 전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냉면집의 주인이 작년에 죽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고는 그 소식을 알려준 옛 아르바이트 동료인 나를 무작정 찾아온다. 나는 죽은 사장님의 조카로 그 가게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일상은 전과 같다. 여름이면 매일을 허둥지둥 보내지만, 성수기가 지나고 겨울이 오면 “여분의 시간에 목이 졸리는 것”을 느끼며 그저 버틸 뿐이다. 그런 나에게 구도의 방문은 뜻밖일 수밖에 없다. 그는 단기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불과했고, 이모의 조카라거나 친인척이 아닌데다 .. 2022. 11. 5.
[서효인의 소설처럼] 편의점 사람들 -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동네마다 편의점이 있다. 아니, 골목마다 편의점이 있다. 1990년대 일종의 신사업으로 등장한 편의점은 최근까지 확장 일로였다. 대기업의 프랜차이즈로서 규모의 경제에 성공해 슈퍼마켓은 물론 구멍가게와 소형 마트까지 접수하였고, 이제는 그 숫자와 밀집도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상권이 위축되면서 편의점도 그 활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2020년 기준 전국 편의점 숫자는 4만 개가 넘고, 지금도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하루면 배달이 완료되는 인터넷 몰도 우후죽순 생겼다. 이렇듯 경쟁은 심해졌고, 인건비와 기타 비용은 상승하는 동시에 24시간 운영이라는 족쇄는 여전하니, 동네 장사라고 하여 마냥 편하고 안정적일 리가 없는 것이다.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주된.. 202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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