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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칼럼7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소갈비는 못 먹어도 ‘고갈비’는 먹어야지 청년기에 누가 ‘고갈비’를 사 준다고 해서 크게 기대를 하고 갔다가 실망한 적이 있다. 이삼십 년 전쯤 술자리에서 흔하게 보던 생선. 아시겠지만, 고갈비는 그냥 고등어구이를 달리 이르는 말이다. 도시의 포장마차나 민속주점, 학사주점 같은 허름한 술집에서는 흔하게 고갈비를 팔았다. 평범한 고등어구이를 내고 안주값을 받자니 머쓱했던지, 주인은 꼭 빨간 소스를 뿌려 냈다. 그래서 서울에선 고갈비 하면 양념을 끼얹은 고등어 정도를 의미했다. 고등어는 오랫동안 제일 흔한 생선이었다. 고등어가 귀하고 맛이 좋아서 고등(高等)어라는 얘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 ‘자산어보’에는 푸른빛이 있다 하여 벽문어(碧紋魚)라고 기록되어 있고, ‘동국여지승람’에 고도어(古刀魚)라는 호칭이 나온다. 아마 이게 고등어로 발음이 변했을 .. 2021. 9. 26.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중국집이 변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에는 오래된 중국집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화상(華商)이라고 붙여 놓고 장사하는 중국집은 이제 손에 꼽을 정도다. 1883년, 임오군란을 수습하는 와중에 청나라 군대가 인천항에 도착했다. 이때 같이 온 40여 명의 상인이 화교의 시초인데, 그 후 이들 중 얼마나 한국에 남아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중요한 건 군대와 함께 상인이 왔다는 사실이다. 청나라가 한반도를 중요한 장사의 무대로 보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화교는 처음에는 주로 무역과 도소매업에 종사했는데, 점차 음식업에도 진출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도 맞았던 모양이다. 원래 이국(異國)의 음식은 어느 곳에서나 사랑받는다. 꼭 맛을 떠나서 색다른 언어·인종·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작은 세계가 식당이기 때문이다. 중국집이 이.. 2021. 8. 27.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밥집은 언제까지 우리 곁에 있어 줄까 개인적으로 성별·나이 불문하고 여러 목적의 친구 집단에 속해 있다. 그 중에서 최고는 역시 술친구다. 같이 술 마실 상대를 유지하는 건 나이를 먹을수록 중요하게 여겨진다. 살 날보다 산 날이 많아지고, 그래서 보내는 시간이 더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꺾어진다고들 흔히 표현하는데 옛날에는 서른다섯이면 그런 말을 했다. 요즘은 오십 세는 되어야 한다. 오십이 넘으면 그러니까, 시간이 더 빨리 간다. 가치 있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런 상황이니 술친구와 어디 가서 무얼 먹느냐도 그만큼 소중하다. 돈은 없지, 입맛은 오랜 경험(?)으로 높아졌지, 아무 데나 갈 수는 없다. 흥미로운 건 까다로움이 대체로 가격과 반비례하더라는 것이다. 호텔 밥은 그래서 제일 맛이 없게 여겨진다. 딱 원가와 서비스와 심지어 토지 비용.. 2020.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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