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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칼럼5

[고규홍의 나무생각] 나무의 생존 전략에 담긴 단풍과 낙엽의 비밀 가을비 내리고 시나브로 나무에 가을빛이 뚜렷이 올라온다. 노란색에서 빨간색이나 갈색에 이르기까지 나무마다 제가끔 서로 다른 빛깔로 달라질 태세다. 단풍이다. 단풍의 ‘단’(丹)은 붉은 색을 뜻하는 글자이다. 하지만 우리는 노랗게 변한 은행나무 잎도, 갈색으로 물든 도토리나무 잎도 모두 ‘단풍 들었다’고 말한다. 원래 글자 뜻과 달리 단풍은 가을에 바뀌는 모든 빛깔을 말한다. 나무에게 단풍은 겨울 채비의 첫 순서다. 단풍이 드는 것은 나무의 모든 생애에서 가장 치열한 생존 활동이다. 에멜무지로(대충) 가을을 보낸다면 엄동의 북풍한설을 견디지 못하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겨울의 긴 휴식을 위해서 나무가 준비해야 할 일은 하고하다. 바람에 가을 기미가 느껴질 즈음부터 나무는 잎과 가지를 잇는 물의.. 2021. 10. 4.
[고규홍의 ‘나무 생각’] 민족의 염원을 담고 살아남은 심훈의 상록수 해마다 팔월이면 우리 민족이 삶을 온전히 이어갈 수 있도록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들을 떠올리게 된다. 더불어 그들이 남긴 삶의 자취를 찾아 바라보면서 선조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이 땅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 많은 나무 중에서도 특이하게 민족 해방의 염원을 담고 살아온 나무가 있다. 충청남도 당진 ‘필경사’라는 오두막 곁에 도담도담 자라난 한 그루의 향나무가 바로 그런 나무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민족 해방 운동에 헌신한 심훈이 손수 심고 키운 나무다. 신문기자 생활을 했던 심훈(沈熏, 1901∼1936)은 조국 광복을 염원하는 절창의 시편을 모아 시집 ‘그 날이 오면’을 내려 했으나 일제의 검열에 걸려 뜻을 이루지 못하자 충남 당진군 부곡리로 찾아들었다. 1932.. 2021. 8. 6.
[고규홍의 나무 생각] 하늘과 바람과 별을 따라 몸을 바꾸는 나무들 나무는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제 살 곳을 찾아 흘러 다니다가, 한 번 머무르게 된 자리에서 자기만의 삶의 방식으로 별다른 변화 없이 수굿이 살아간다. 물론 나무도 뭇 생명체들과 마찬가지로 눈에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때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거개의 나무는 오랜 시간을 두고 바라보아야 그 생명 안에 든 깊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꽃이나 단풍의 경우 짧은 순간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드러내며 사람의 눈을 끌기도 하지만, 대개의 나무는 보일락 말락 할 정도로 천천히 제 멋을 드러내는 것이다. 중국에서 들여와 국내의 몇몇 정원에서 심어 키우는 원예식물 가운데 ‘삼색참죽나무’라는 아주 특별한 나무가 있다. 세 가지 빛깔을 가진 참죽나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세 가지 빛깔 가운데 플라밍고로 불리는 홍학의 깃털 빛.. 2021. 5. 14.
[고규홍의 ‘나무 생각’] 60년에 한 번 꽃 피우는 신비의 식물 세상의 모든 나무는 꽃을 피운다. 꽃은 자손 번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절차로, 모든 식물의 생존 본능에 따른 필수적 현상이다. 그러나 생김새나 피어나는 시기가 제가끔 다른 탓에 꽃을 볼 수 없는 나무들이 있다. 이를테면 느티나무의 꽃은 4월쯤에 피어나지만, 관찰하는 건 쉽지 않다. 큰 몸피와 달리 느티나무의 꽃은 지름 3밀리미터 정도로 작게 피어나는데다 황록색의 꽃이 잎겨드랑이 부분에서 피어나서 잎사귀와 구별하기 쉽지 않다. 꽃이 피어도 일쑤 스쳐 지나기 십상이다. 꽃이 피어나기는 하지만, 존재감은 두드러지지 않을 수밖에 없다. 꽃을 보기 어려운 나무로는 대나무도 있다. 대나무의 개화에는 현대 과학으로도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가 들어 있다. 우선 꽃이 하나의 나무에서만 피어나지 않고 더불어 자라던 대숲의 .. 2021.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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