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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8

[고규홍의 ‘나무 생각’] 60년에 한 번 꽃 피우는 신비의 식물 세상의 모든 나무는 꽃을 피운다. 꽃은 자손 번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절차로, 모든 식물의 생존 본능에 따른 필수적 현상이다. 그러나 생김새나 피어나는 시기가 제가끔 다른 탓에 꽃을 볼 수 없는 나무들이 있다. 이를테면 느티나무의 꽃은 4월쯤에 피어나지만, 관찰하는 건 쉽지 않다. 큰 몸피와 달리 느티나무의 꽃은 지름 3밀리미터 정도로 작게 피어나는데다 황록색의 꽃이 잎겨드랑이 부분에서 피어나서 잎사귀와 구별하기 쉽지 않다. 꽃이 피어도 일쑤 스쳐 지나기 십상이다. 꽃이 피어나기는 하지만, 존재감은 두드러지지 않을 수밖에 없다. 꽃을 보기 어려운 나무로는 대나무도 있다. 대나무의 개화에는 현대 과학으로도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가 들어 있다. 우선 꽃이 하나의 나무에서만 피어나지 않고 더불어 자라던 대숲의 .. 2021. 1. 24.
[고규홍의 ‘나무 생각’] 자작나무의 겨울나기 비결 사람의 발길이 줄어든 겨울 숲에 바람이 차다. 모든 생명이 움츠러드는 겨울, 나무는 맨살로 거센 바람을 이겨 내야 한다. 추위를 견뎌 내는 비결이야 나무마다 제가끔 다르겠지만, 추위를 아주 잘 견디는 나무로는 자작나무만 한 것도 없다. 자작나무는 오히려 하얀 눈이 쌓인 겨울 풍경에 더 잘 어울리는 나무다. 자작나무는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나무이지만, 중부 이남에서 저절로 자라는 나무는 없다. 함경도와 평안도 지역이 자작나무가 자랄 수 있는 남방한계선이다. 평안도의 시인 백석은 ‘백화’(白樺)라는 짧은 시에서 ‘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라며 자신이 사는 평안도 산골이 ‘온통 자작나무’라고 쓰기도 했다.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풍경의 산골을 지금 가 볼 수는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황홀지경에 빠지.. 2020. 12. 25.
[고규홍의 ‘나무 생각’] 겨울, 나무의 가시가 눈에 들어오는 계절 나무들이 모두 잎을 내려놓았다. 속살이 드러난 나무들이 생체 활동을 최소화하고 겨울잠에 들 채비를 마쳤다. 소리도 움직임도 눈에 드러나지 않을 만큼 고요하게 살아가는 나무들 사이로 적막이 감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나뭇가지와 줄기의 속살에서 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을 바라보게 되는 계절이다. 나무의 속살에는 나무가 이 땅에서 살아오기 위해 애썼던 안간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잎으로 무성하게 덮여 있을 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나무 줄기와 가지에 무성하게 돋아 있는 가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줄기와 가시 등 식물의 몸체에 사나운 가시를 돋우며 살아가는 나무가 적지 않다. 가시는 나무가 살아남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 몸체의 일부를 변화시킨 결과다. 가시를 돋운 거개의 나무는 무엇보다 먹을거리로 유용한 나무이기.. 2020. 11. 29.
[고규홍의 ‘나무 생각’] 개발 이익의 희생물이 된 나무 여름의 꼬리를 물고 잇따라 태풍이 찾아든다. 두 개의 태풍이 동시에 한반도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모두 나무뿌리가 뽑힐 만큼의 위력을 가진 태풍이라고 한다. 그래도 너른 들에 서 있는 나무는 아무 대책을 세울 수 없다. 맞서 싸워 이겨 내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로 여겼던 괴산 삼송리 왕소나무를 무참히 쓰러뜨린 건 2012년의 태풍 볼라벤이었다. 제주 도민들의 한 맺힌 역사를 기억하고 서 있던 제주 성읍마을 팽나무를 무너앉힌 건 2011년의 태풍 무이파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동백나무로 꼽힌 여수 율림리 동백나무의 줄기를 부러뜨린 건 2005년의 태풍 나비였다. 자연의 흐름 앞에서 나무는 쓰러지고 죽을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나무의 운명이다. 그러나 .. 2020.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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