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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선거 전화·문자 폭탄 막아야”…“제도 개선 신중해야”

by 광주일보 2022.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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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 “한밤중 선거 운동에 짜증나고 정치 혐오까지”
법정 횟수 초과 ‘11만건’ 발송 전남 지역 후보 고발 당해
밤 11시까지 허용…전문가 “짧은 운동기간 최선의 수단”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지역 한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김모(31)씨는 최근 들어 전화벨이 울리거나 문자 수신음이 들리면 짜증부터 난다고 한다. 고객 전화인 줄 알고 급히 전화를 받으면 지방선거 후보자의 목소리가 녹음된 멘트가 흘러나온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씨는 “선거 막판이라서 그런지 요즘에는 밤 9시 30분에도 선거운동 전화가 걸려온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밤 9시는 너무한 것 아니냐. 이번 선거가 끝나면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막판까지 끊임없는 ‘전화·문자 폭탄’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에게서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밤 11시까지 선거운동과 관련해 전화기가 울리고, 하루 종일 문자가 쏟아져 유권자들이 피로를 호소하는데도 현행 공직선거법 체제에선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다.

덩달아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선거 운동 방식이 강화돼 전화·문자 선거운동이 과열되면서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던 공직 선거와 정치 자체를 불신하는 풍조도 커지는 분위기다.

급기야 전남에서는 기초의원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 1명이 최근 법정 횟수를 위반하고 무려 11만여 건의 선거 문자를 발송했다가 검찰에 고발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7일 자동동보통신(여러 개의 수신 장치에 동시에 같은 내용의 정보를 보내는 통신 방법)의 방법으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면서 법정 횟수를 초과해 총 28회에 걸쳐 11만 1298건을 전송한 혐의로 전남선관위에 의해 고발당했다.

현행법상 자동동보통신으로 선거 문자메시지를 보낼 경우 선거 전날까지, 총 8회까지만 보낼 수 있다.

하지만 20명 이하 인원에게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경우는 제한 사항이 없다. 무제한 발송이 가능한 셈이다. 이 경우 발송자가 후보자 본인이 아니더라도, 심지어 선거 당일이라도 선거 문자를 보낼 수 있다.

선거 전화는 더 느슨하다. 현행법상 선거운동 전화는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도 허용돼 있어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도 ‘합법’이다.

또 자동 송신장치를 이용한 선거 전화는 선거 전날까지만 발송할 수 있지만, 후보자나 선거 운동원이 직접 전화를 거는 경우 기간 제한조차 없이 언제든지 가능하다. 단순히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의 전화라면, 자동 송신장치를 이용하더라도 기간 등 제한이 없는 실정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자로서는 가뜩이나 짧은 선거 기간에 자신을 알릴 별다른 수단이 없다. 선거운동 관련 규제가 많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홍보를 하려니 전화·문자가 최선인 것”이라며 “4년에 한 번 지역 일꾼을 뽑는 민주주의의 축제다. 정치를 너무 각박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최영태 전 전남대 교수도 “후보자로서도 자신을 알릴 방법으로 전화·문자가 최선인 상황이다. 다만 지나친 선거 운동은 정치 혐오를 양산하고 중요한 현안을 못 보게 만드니 양면성이 있다”며 “제도적으로 선거 운동을 규제하기보다, 선거 운동원들이 스스로 선거 운동 방식을 자정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관련법은 전화·문자 선거 운동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지난 2020년 12월부터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는 ‘직접 통화’는 후보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게 됐다.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전남도선관위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대선보다 후보자 수가 많아 전화·문자가 자주 오는 탓에 유권자 피로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선거에서도 ‘선거 전화·문자에 하루종일 시달린다’는 민원이 쏟아지지만, 모두 합법적인 선거 운동이라 제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선관위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해당 후보 측에 연락해 민원인에게 전화·문자가 가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다만 후보자들이 개별적으로 명단을 확보해 전화를 돌리는데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그 이상 선관위에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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