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조선은 그들이 목표로 했던 인의(仁義)의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는 나라’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진 모든 수단을 다 썼습니다. 누가 봐도 더는 정책을 집행할 예산이 없었음에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죠. 애초에 ‘공정한 분배’가 목표가 아니었기에, 파이를 더 불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산업을 육성하여 재원을 확보하는 정책적 고민은 등한시한 채 오로지 복지라는 ‘사랑의 표현’에만 천착했습니다. ”(본문 중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재난 지원금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경기침체와 실업문제가 맞물린 상황에서 어떤 이들에게 지원금은 ‘생명줄’과도 같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영향으로 복지 정책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시대를 떠나 복지는 중요한 관심사다. 조선시대에도 복지제도가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조선은 복지국가와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역사시간에 ‘탐관오리’, ‘삼정의 문란’ 같은 내용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도 수탈을 당하는 조선 민중의 고달픈 삶을 숱하게 봐왔다.
‘조선시대가 복지국가였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책이 발간됐다. 책은 조선을 복지국가로서 이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의 저자 박영서 작가가 펴낸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은 “단 한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는 이념을 구현하고자 했던 조선의 복지를 조명한다.
저자는 조선의 복지를 말하기에 앞서 역사의 시계를 1392년으로 돌린다. 태조 이성계는 즉위선언문에서 “환과고독(鰥寡孤獨)을 챙기는 일은 왕의 정치로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일이니, 당연히 그들을 불쌍히 여겨 도와줘야 할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환과고독은 독신남자, 독신여자, 고아, 독거노인을 이르는 말로 당대에서 가장 취약계층이었다. 태조는 왕의 최우선 업무가 “최소한의 생활수준조차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일”이라고 봤다.
저자는 서구와 현대 복지국가들이 상정하는 이상사회가 ‘재화가 모두에게 공정하게 분배된 상태’라면 조선의 이상 사회는 ‘모두가 인격적 완성을 이루어 조화롭고 평화로운 사회’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빈곤층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인격적 완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구황(救荒)은 천재지변이나 기근이 들면 현물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여기에는 진휼과 무료 급식소, 환급이 있었다. 진휼은 지금으로 말하면 재난지원금이다. 당시 진휼청은 수령을 비롯한 각 관리에 대한 징계권을 가질 만큼 ‘전천후 재난재해 컨트롤타워’였다.
1445년 흉년이 들었을 때 조정은 21만7000세대에 273만8000석의 곡식을 무상 지급했다. 당시 가구당 인구를 4인으로 잡아도 대략 80만 명이 혜택을 받았다는 통계가 나온다. 1400년대 조선 인구가 580만 여명임을 감안하면 인구 13%이상이 재난지원금으로 아사를 면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환곡은 명암이 있었던 제도다. “낮은 세율을 유지하면서 수입과 지출을 항상 맞추려 했던 조선 정부의 조세 정책 때문에 지방 재정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또한 조선은 시식(施食), 다시 말해 무료급식소를 운영했다. 지방에서는 흉년이 들 때마다 무상 급식을 진행했다. 물론 이에 따른 부실 급식 문제도 대두됐다는 기록도 있다. 부실 급식에 분노한 숙종이 불호령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저자는 “조선이 바라본 백성, 조선이 설계한 이상 사회의 모습에서 우리는 분명히 ‘복지적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며 “그것은 곧 ‘안녕하지 못한 백성을 안녕하게 하려는 정책’이며 이는 현대에도 분명히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들녘·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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