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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또 안전수칙 무시…비용·시간 줄이려 수압테스트 안했다

by 광주일보 2022.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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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산단 여천NCC 폭발 사고 4명 사망·4명 부상
열교환기 청소 후 압력테스트 중 폭발…압력 급속 증가·게이지 불량 추정
편의성 이유 간편 테스트로 대체하고 최소 인원·방호벽 규정 등 안지켜
안전 관리 소홀이 빚은 人災…광주·전남 첫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될 듯

지난 11일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여수국가산단 석유화학 제조업체인 여천NCC 폭발사고 현장에서 경찰·고용노동부·소방당국이 합동조사단을 꾸려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민주노총 플랜트노조 여수지부 제공>

지난 11일 8명의 사상자를 낸 여수국가산단 석유화학 제조업체인 여천NCC 공장 폭발사고도 안전 수칙을 따르지 않은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여수공장에서 무사고·무재해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안전·보건·환경 목표 선포식이 열린 뒤 안전조치 미준수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냈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광주·전남지역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가능성이 큰 사건으로 보고 관련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돈·시간에 밀린 안전, 수압테스트 대신 비용 덜 들고 간편한 테스트로=13일 전남경철청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9시 20분께 여수시 화치동 여천NCC 여수 3공장 폭발 사고로 현장에 있던 8명의 작업자 중 4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는 여천NCC로부터 작업을 도급받은 하청업체가 일용직 노동자들을 동원, 정기점검을 위한 열교환기 청소를 마친 뒤 교환기 내 가스누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내부압력을 높이는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노동계 등은 갑작스럽게 압력이 높아지면서 폭발로 이어진 것인지, 게이지 불량 등이 원인인 것인지 등에 대한 정밀 조사가 끝나야 원인을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정부와 관련기관이 제시한 안전규정을 따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 현장의 안전불감증과 ‘설마’ 관행이 사고를 불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내놓은 ‘화학설비 압력시험에 관한기술지침’,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압가스 특정제조의 시설·기술·감리·정밀안전검진 기술’이 규정하는 안전조치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게 현장 노동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구체적으로는 내부 압력 테스트를 할 경우 원칙적으로 물을 이용한 수압테스트를 실시해야 하는데, 비용과 편의성, 속도 등을 이유로 다른 테스트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교환기 내부에 물을 넣고 테스트를 하면 누수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압력도 갑자기 오르지 않아 안전성이 높은 반면, 물을 다시 빼내 청소해야 하는 시간, 이물질 등이 섞여 비용이 발생하는 등 번거로운 점 등으로 현장에서 선호하지 않는다는 게 노동계 설명이다.

압력을 올리는 작업도 규정과 맞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해당 열교환기의 상용압력은 9기압으로, 최고허용압력인 대기압의 15.5배 수준보다 더 높은 17.1배 수준까지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단계적으로 압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대기압의 10배까지 확 올렸다고 2차로 17.1배까지 높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상용압력의 50%까지 압력을 올린 뒤 10%씩 단계적으로 올린다’는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기로 진행하는 압력누설 여부 시험의 경우 폭발로 인한 사고 위험 등을 감안해 ‘작업에 필요한 최소인원으로 진행하고 방호벽 등 적절한 장해물을 설치하고 뒤에서 결과를 관측한다’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노조 등은 기밀시험에 필요한 최소인원을 3명(원청관계자, 현장반장, 작업자)으로 보고 있다. 중간점검시 2m 이상 높이의 철근콘크리트 형태의 방호벽을 설치토록 하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노동계에서는 또 내부 압력 시험 과정에서 일정 압력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압력이 빠지는 압력밸브가 설치됐는지, 작업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압력 게이지가 2개 이상 설치됐는지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고 잇따라, “보여주기식 안전 선포식 그만”=여천NCC는 석유화학 제조업체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절반식 지분을 가지고 있는 석유화학기업이다. 에틸렌(2020년 228만 5000t 생산), 프로필렌(128만9000t 생산), 스티렌모노머(35만1000t) 등의 석유화학물질을 제조해 20%가량을 수출하는 업체다. 여천NCC공장은 1979년 세워졌으며 947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기업으로 노동자 수도 1000명에 육박하는 만큼 철저한 안전 규정 준수가 필수적이지만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01년 가스관 이음새 부근이 새지 않도록 보수작업을 하던 중 수소가스가 폭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2008년, 2006년에도 냉매오일 유출과 다스 누출과 4명의 작업자가 다쳤다.

지역민들의 불안감도 높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9일 여수공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무사고·무재해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안전·보건·환경 목표를 선포하는가 하면, 사고 예방을 위해 직원들이 지켜야할 ‘세이프티 골든 룰(Safety Golden Rules)’도 만들었다. 하지만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알리는 행사를 개최한 지 이틀 만에 대규모 인명 사고를 내면서 ‘말 뿐’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광주·전남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될 듯=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여천NCC 공장 폭발사고로 4명이 숨졌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점 등이 사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렇게되면 광주·전남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기업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지방경찰청도 사고당시 안전조치 등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현장책임자 A씨를 입건해 조사를 진행중이다.

여진탁 민주노총 플랜트 노동조합 여수지부 기계정비분회장은 “열교환기가 폭발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기에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현장에 머무르던 8명의 노동자들이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여수=정병호·김민석·김창화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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