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 한달…풀어야 할 핵심 과제는
경찰 일벌백계 방침 속 현대산업개발 법적 책임 밝히기 관심 집중
주거지·터미널·백화점 인근 발파·장비 탑재식 철거 공법 어려워
구조물 안전하지 않고 초고층 빌딩 철거사례 드물어 1년 걸릴 수도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가 10일로 붕괴된 지 한달이 됐다.
지난 8일 오후 6명 실종자에 대한 구조·수습이 모두 종료되면서, 이제 붕괴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붕괴 건물 처리 방향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현대산업개발 책임 밝혀야= 붕괴사고의 가장 큰 쟁점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책임 규명이다.
공정을 서두르기 위한 ‘빨리빨리’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콘크리트 양생 불량, 지지대의 불법 철거, 구조계산 없이 실시된 공법 변경, 편법 재하도급 등 부실 시공의 정황들이 얽혀있지만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아 법리적으로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에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원청에 대한 법적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찰도 이같은 점을 의식한 듯 수사에 의지를 보여주는 모양새다.
경찰은 9일 붕괴건물의 현장감식에 나서 ‘광주신축아파트 붕괴사고 관련 입장문’을 내놨다. 속도감 있는 수사로 사고 책임자를 한명도 빠짐없이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이 붕괴원인으로 지목한 부실 콘크리트 투입이나 불량 양생, 재하도급 등에 대한 수사가 전문기관의 공학적 판단 결과가 나와야 하는 탓에, 먼저 동바리 해체와 수십t에 이르는 콘크리트 담 형태의 지지대 설치 등의 공법 변경지시를 했거나 알고도 묵인 했는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은 현재까지 현대산업개발 측 관계자, 감리, 하청업체 관계자 등 총 60여명을 불러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수사결과 붕괴원인에 대한 책임은 어느 정도 파악해 나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이달 하순부터 신병처리를 시작하겠다는 게 경찰의 구상이다.
김광남 광주경찰청 수사부장은 “이번 사고의 책임자들을 ‘일벌백계’해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불법행위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 쉽지 않은 붕괴건물 철거 어떻게?=남아있는 화정아이파크 건물 철거도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조물이 안전하지 않은 데다, 세계적으로도 붕괴된 초고층 빌딩을 철거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붕괴사고가 난 201동에 대해 정밀안전진단 후 부분철거할 지, 혹은 해당 건물의 전면철거를 할 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어떠한 철거가 진행되더라도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전면 철거시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물을 철거하는 공법으로는 ▲발파공법▲장비 탑재식 공법 등으로 크게 나뉜다.
‘발파공법’은 폭약으로 건물 전체를 주저 앉히는 방식으로 전면 철거시 가능한 공법이지만, 201동은 현재 안정성이 떨어져 발파공법을 이용하면 자칫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쓰러질 수 있기 때문에 불가능 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 인근에 오피스텔 형 주거지가 많고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이마트 등이 있어 지역민들에게 추가적인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이다.
‘장비 탑재식 공법’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학동참사시 해체계획서에 있던 크러셔 공법이 대표적인 장비탑재식 공법이다. 고층 건물에 특수 굴착기인 ‘롱붐암’등의 장비를 올려 상층부부터 철거를 진행해야 하지만, 해당 중장비는 수십t에 달해 현재 건물상태로는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부층에 지지대를 충분히 설치해 가장 안정적인 코어 부근에서 작업이 진행되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지만, 장비의 하중을 버티지 못해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와이어로 건물 일부를 잘라내며 들어내는 공법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건설안전학회장인 안홍섭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정밀 안전점검을 거쳐 적절한 철거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특히 벽만 남은 남측의 외벽 철거는 슬라브가 있는 층과는 다른 철거 방식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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