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자·책상 작품 변신…“과정 보여주는 전시”
‘북유럽 학교’ 출간…봉주초 리노베이션 참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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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전시를 시작하며 그는 갤러리 벽면을 푸른색과 초록색으로 칠했다. 그 앞에 설 때면 핀란드의 어느 숲속이 떠오른다며 웃었다. 갤러리 생각상자(광주시 동구 남문로 628)에서 전시 ‘안애경의 예술창고 Wild Child’(14일까지)를 시작할 때 전시장은 텅 빈 공간이었다. 20여일이 지나고 1월말 찾아간 전시장은 마치 작가의 작업실처럼 느껴졌다. ‘작품’이 된 낡은 의자와 책상 등이 가득했고 작업용 사다리, 각종 물감과 수십개의 붓, 그녀가 듣는 CD와 커피 드립 기구 등이 무질서하게 놓인 공간은 재미있는 작업이 펼쳐지는 원더랜드같았다. 전시는 빈 공간에서 시작해 한달 동안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독특한 프로젝트다.
안애경은 ‘북유럽 디자인 문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다.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95년 핀란드로 건너간 그는 일찍이 ‘핀란드 디자인 산책’(2009) ‘북유럽 디자인’(2011)을 집필했고 광주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의 북유럽문화 전시를 기획했다. 지금은 핀란드에 거주하며 한국과 북유럽을 잇는 국제 교류 프로젝트에서 큐레이터, 아티스트, 아트디렉터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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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부터 평범한 전시는 사양이었다. 오랫동안 만나온 생각상자 갤러리 큐레이터 주홍 작가의 초대를 받은 그는 전시를 시작하며 버릴 물건들을 가져다달라고 요청했고, 어느 초등학교에서 폐기 직전의 의자와 탁자, 책상 등을 보내왔다. 다양한 색을 입히자 낡은 의자는 아이들이 누구나 앉고 싶어할 멋진 의자로 변신했다. 자투리 천을 자르고 엮어 만든 멋진 의자 덮개, 종이, 풀, 끈 등으로 제작한 설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제안을 받았을 때 갤러리를 작업실처럼 쓰겠다고 했어요. 아티스트로서 내가 돋보이는 작업에는 별 관심이 없어요. 핀란드에 살면서 많은 아티스트들을 만났고 그들의 겸손함과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 삶의 태도는 그들이 오랫동안 받은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 그 때부터 학교와 교육의 중요성을 늘 생각하게 됐지요. 이번 전시도 아이들이 머무는 학교라는 공간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을 함께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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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학교에 대한 관심은 최근 경기도 오산 ‘놀이공간 나무처럼’ 프로젝트 참여와 ‘북유럽 학교 핀란드’, ‘북유럽 학교 노르웨이’ 출간 등으로 이어졌고 현재 광주 봉주초등학교 공간 혁신 프로젝트에 아트디렉터로 참여중이다. 봉주초는 리노베이션과 증축을 함께 진행중인데, 그는 계단 아래 숨은 공간, 다락방 등 아이들의 비밀기지 같은 걸 만들어주고 싶다.
“교육 공간을 바꾸기 위해 교육부가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전문가도 학교도 준비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듯 해요. 북유럽의 학교들은 시민, 학부형,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의견을 맞춰 나가죠. 아이들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공간을 구성하는 과정을 거칩니다.우리학교들은 문화적인 면에서도 기능적인 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아요. 전 옛날 건물 부수지 말라고 합니다. 무조건 부수고 버리는 게 아니라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학교 공간 자체가 일방적이예요. 자유롭게 놓아두면 스스로 배우는 게 아이들이죠. 그걸 학교가 만들어줘야합니다. 화단도, 보도블럭도 같이 만들어 볼 겁니다. 노동의 경험만큼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그는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색깔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에 학교를 천편일률적으로 칠하는 등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필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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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생각하는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은 무엇일까.
“디자인은 일상 속에서 쓰여지는 것입니다.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어야하죠. 그들은 지속가능한 디자인, 대를 물리는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북유럽의 경우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 안전한 디자인이 먼저였습니다. 북유럽의 디자인은 엄청난 연습 과정을 통해 다같이 공유하고 평준화됐죠. 돈 있는 사람이 즐기는 게 디자인이 아니예요. 오히려 돈이 없으니 디자인에 더 신경을 써야합니다. 차별이 없고, 인권 존종 등 사회를 생각하는 마음은 공교육을 통해 완성됩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생각이 단순히 이론에서 머물지 않고 실천이 되는 과정을 학교에서 배우는 거죠. 북유럽의 아티스트와 시민들은 어린 시절부터 모두 이런 교육을 받고 성장하는 겁니다.”
오는 8일 효동초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헌옷을 활용한 워크숍을 진행하는 그는 전시회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방문해 학교라는 공간, 우리 삶의 공간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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