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아···선임 효력 여부 법적논란 일 듯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문화전당재단) 인사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정관에 명기돼 있는 이사회 소집 없이 신임 이사장과 신임 사장을 임명해 ‘무원칙·꼼수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신생 법인은 이사회를 구성, 정관 제정, 대표 선임 등의 절차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재단정관을 따르지 않은 임원 선정 절차의 효력 여부를 놓고 법적 논란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인 아시아문화 중심도시 조성사업 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10일자로 문화전당재단 정관을 제정한 데 이어 지난 17일자로 최영준 초대 이사장과 김선옥 사장을 비롯한 비상임이사 11명, 당연직 이사 2명, 감사 1명 등 총 16명의 임원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초대 이사장과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재단 정관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0일 제정된 문화전당재단 정관 ‘제3장 이사회’ 조항을 살펴보면, ‘임원의 선출 및 해임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이사회가 심의·의결한다’고 돼 있지만 이사회는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또 이번에 선임된 이사들은 임원 선출 및 해임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도 대부분 인사 발표전까지 신임 경영진의 기본 정보조차 제공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이사로 임명된 A씨는 “재단은 이사회 중심이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이사장이나 대표를 심의하고 의결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상식적으로 재단이 출범할 때는 이사들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과정조차 생략됐다.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사는 “자치단체 등에서 신설 재단을 만들면 기본적으로 이사회를 가장 먼저 구성하고, 정관을 제정한 뒤 그 정관에 따라 대표 공모 등을 통해 선임한다”면서 “하지만 이번 문화전당재단 신임 이사장과 사장 임명 과정에선 이러한 절차를 철저히 무시했다. 정관에 따르지 않는 선임은 무효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추진단 관계자는 “문화전당재단은 아특법 개정안에 따라 신설된 법인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고, 광주지역 문화계와 광주시의 추천을 받아 인선했다”며 “정관을 먼저 승인 받고 이후에 임명을 해야 한다는 조항도 없는 만큼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추진단측은 다만 추천 인사 면면과 추천 과정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특히 광주시가 이미 성명을 통해 “어떠한 협의도 없이 임원을 선임했다”며 우려의 뜻을 밝힌 상태여서, 지역내 추천을 받았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문화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전체적인 문화전당재단 설립 일정이 늦어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반적인 인선 사례와는 너무 동떨어진다”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을 문체부 재직시절부터 주도했던 이병훈 의원(광주 동남구을)도 “이 사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광주 지역 민심을 살피며 의정활동을 해왔다”며 “이런 저도 모르고 광주시정을 책임지는 시장도 몰랐다고 하는 데 도대체 누구에게 평판을 듣고 추천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어 “문체부가 아시아문화전당을 새로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정치적 외풍을 막아주고자 했던 제 진심이 이런 결과로 돌아오게 돼 무척 실망스럽다”며 “문체부에 이 문제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조성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가와 연구자, 시민사회, 문화단체 등 문화전당 운영의 정상화 및 활성화를 위해 꾸려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지원포럼(지원포럼)도 이번 인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지원포럼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 지원포럼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초대 이사장 및 사장 임명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방적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정상화는 150만 광주시민의 지대한 관심사였으며 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 문화전당 및 문화전당재단의 수장은 전당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사람을 합리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쳐 인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전문성과 경영능력, 리더십을 갖춘 인사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충분한 소통 없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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