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이주노동자 등 하늘길 막히고 자가격리에 가족 만남 포기
‘선화장 후장례’에 부모 손도 못잡아보고 유리벽 너머 ‘애절한 작별’
“2020년 1월에 태어난 딸을 한 번도 안아보지 못했어요. 코로나가 심했던 2년 전에는 방글라데시로 가는 비행기가 아예 없었고 지난해 항공 노선이 생긴 뒤에는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자가격리 기간을 가져야 하는데 학기 일정 때문에 그만큼의 시간을 낼 수 없어 딸 아이 얼굴을 여태껏 보지 못하고 있어요.”
조선대학교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알람무함마드(39·방글라데시)씨는 한국 나이로 3살이나 된 딸의 얼굴을 사진이나 영상통화로 본 게 전부다.
너무 보고 싶은 딸이지만, 코로나로 여태껏 생이별하고 있다. 딸이 태어난 해인 2020년 코로나19가 발병했을 때에는 방글라데시로 가는 항공 노선이 끊겨 고국으로 돌아갈 길이 막혔다. 지난해 말부터 항공 노선이 생기긴 했지만 방역 수칙이 바뀌면서 여전히 고국행을 미루고 있다.
무함마드씨는 “한 학기를 마치고 가려했는데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으로 방역수칙이 바뀌어 양국 모두 입국할때 자가격리 기간을 가져야하는데 학사 일정을 고려하면 시간이 부족하다”며 “딸아이가 너무나 보고 싶다”고 울상을 지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데다,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세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외 유학생 및 이주노동자들의 생이별이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닫혀있던 국경이 지난해부터 열린데다, 국내에서도 위드코로나 시행 등으로 해외에 있는 가족 간 만남이 이뤄지는가 싶었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유학생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공부 중인 유학생들도 연말연시 국내 입국을 검토했다가 자가격리 기간에 따른 부담과 확진 판정으로 인한 입국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겹치면서 만남을 포기하고 눌러앉아있는 형편이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해외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은 15만 6520명.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가족들과 생이별을 겪고 있는 처지에 놓였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A(22)씨도 “연말연시 부모님들과 함께 보내려 비행기 까지 예매했었는데 자가격리, 오미크론 확산 등을 우려해 취소했다”고 말했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국내에 입국한 이주노동자들도 답답하기만 하다.
비자 기간이 남아있어 고향에 다녀 올 수 있는데도, 자가격리 기간이 발목을 잡았다. 출국과 입국 과정에서 10일 간의 자가격리 를 해야하는데 이 비용이 100만 원을 훌쩍 넘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출신으로 지난 2010년 귀화해 캄보디아어 통역 사무실을 운영 중인 박미향(38)씨에게는 이 같은 이주노동자들의 고충 상담이 잇따른다.
박씨는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로 고향에 갔다 오려고 했던 이주 노동자들이 입국 후 자가격리을 해야 하면서 출국을 포기했다. 월급 대부분을 고향으로 보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자가격리 비용 150여 만원은 크나 큰 부담”이라며 “또 돈은 벌만큼 벌었다며 그리운 고향에 가겠다는 이주 노동자들도 고국에서 자가격리을 하려면 호텔비 등을 자비로 부담해야해 자가격리 기간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중인 위중증 고령 환자들의 가족들은 자칫 부모의 생전 마지막 모습도 못보고 영원히 이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까 안절부절하고 있다.
현재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진 사망자에 대한 장례 절차로 ‘선(先)화장, 후(後)장례’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유족들은 고인이 된 부모의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유리문 틈으로 고인의 얼굴을 잠시 마주한 뒤 떠나보내야 하는 형편이다.
한 코로나19 위중증 병상 의료진은 “유리문 사이로 부모님에게 절을 하며 울분을 터트리는 유족들을 볼 때면 울음이 멈추질 않는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사망자의 존엄을 유지하고 유족의 애도를 보장하면서 방역 측면에서도 안전한 방향으로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 지침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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