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사 불가능·신년사 가능 등
자치구 선관위마다 해석 제각각
‘치적 홍보’ 영암군 직원들 입건
온·오프라인 ‘이중 잣대’ 지적도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선거를 150여일 앞두고 정책·자치단체장 홍보 과정에서 선거법에 저촉될 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특정 사안을 놓고도 의뢰기관별로 다른 해석을 내리는 경우가 생기면서 위법 논란을 우려한 자치단체들이 대응 방안을 찾느라 혼선을 빚고 있다.
자칫 선거법 위반으로 출마를 염두에 둔 자치단체장 행보 뿐 아니라 직원들 신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돌다리도 두드려보자’는 식으로 모든 사안을 선관위에 의뢰하면서 ‘검열 정책’으로 소극적 행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시 5개 자치단체는 30일 자치구별 단체장 송·신년사 배포 과정에서 선관위에 해석을 의뢰했다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광산구의 경우 선관위 해석을 바탕으로 구청장 송·신년사를 일반 지역민에게 배포하는 한편, 구청 홈페이지 등에도 게시했다.
반면, 남구는 선관위 해석을 받아 구청 홈페이지에만 게시했다. 일반 구민들에게 배포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선관위 답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게 남구 입장이다.
같은 선관위더라도 광산구는 ‘문제없다’, 남구는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답변했다. 이들 선관위가 적용한 법 규정도 선거법 86조 5항으로 같지만 상반된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현행 선거법 86조 5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소속 공무원 포함)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계획·추진실적 그 밖의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상황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을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는 발행·배부 또는 방송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동구도 달랐다. 이들 자치단체는 ‘송년사는 불가능’, ‘신년사는 가능하다’는 식의 답변을 선관위에서 받았다고 했다. 서구는 배포하더라도 내용에 구의원 등 특정 이름을 빼고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식의 답변을 받았다.
이러다보니 재선을 준비 중인 한 자치단체장의 선거캠프 관계자는 “같은 사안인데도 선관위별로 해석이 다르니 ‘선관위 맘대로’라는 말이 안 나오겠냐”면서 “선관위 검열 정치와 뭐가 다른 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소극적 행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암군의 경우 지난 21일 군청 홍보실 직원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입건됐다. 지난 6월 3일 ‘영암군수 전동평, 당의 발전 기여 공로로 1급 포상 쾌거!’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 언론사 26곳에 제공한 게 화근이 됐다.
군청 정책과 무관한 자치단체장 치적 홍보라는 게 경찰 판단이지만 일각에서는 차라리 선거 임박해서는 정책이나 자치단체장 활동 상황 등을 아예 내놓지 말자는 말도 나온다. 지역민들에게 자치단체 주요 정책 추진상황과 자치단체장이 어디를 돌아다니며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리는 것이 기본인데도, 선거법에 저촉돼 불이익을 당하기 두려워 아예 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선거법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선거운동과 온라인 선거운동에 대해 ‘이중 잣대’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 코로나 비대면 시대를 맞아 온라인 선거운동 비중이 커지는데도,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등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SNS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는 느슨하다는 것으로, 공약 홍보물만 보더라도 오프라인에서는 수량조차 엄격히 규제하면서 SNS를 활용한 홍보물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 정치인들 얘기다.
광주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각 자치단체마다 신념사에 사용한 문구가 다르다보니, 사업계획이나 실적을 놓고 허용 여부를 선관위가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며 “선거법 개정 여부에 따라 적절하게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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