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물 탐사대’가 찾아낸 남도의 숨은 멋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제 8권역
광주~목포~나주~담양 볼거리 풍성
자전거여행에 추억·보물·시간여행
MZ세대가 권장하는 목포 구석구석
남촌·북촌 골목마다 레트로 감성
쑥굴레 간식에 맛집 탐방 재미 더해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제 8권역 ‘남도맛기행’을 통해 2021년을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본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은 지역 연계관광 활성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해 전국 39개 지역을 10개 관광권역으로 묶어 2017년부터 집중 조성해 왔다. 제 8권역은 광주시와 나주시, 목포시, 담양군 4개 지방자치단체가 ‘남도맛기행’을 테마로 다양한 여행상품 개발, 인력양성교육, 관광환경 개선 등의 사업을 진행해왔다.
◇일반인의 시선으로 숨겨진 관광매력물을 찾아라
제 8권역은 현재와 전통이 어우러진 도시 광주~낭만 항구 목포~천년고도 나주~한 폭의 산수화 같은 담양으로 연계된다. 여행상품 개발자가 아닌 여행자의 시선으로 관광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사업 운영사인 더킹핀이 14명의 ‘2021 매력물탐사대’를 선발, 설레는 일정을 준비했다.
20~7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지닌 탐사대는 8월 12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관광자원을 찾고 코스 기획, 현장 답사, 관광콘텐츠 제작·발표, 해단식까지 2개월동안 열정적으로 교육에 참여했다. 그 결과 24개 관광코스 개발, 22개의 매력물을 발굴하고 23건의 카드뉴스와 9건의 영상물을 남겼다.
광주 여행코스는 남도 8권역을 연결하는 영산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석양과 가을 억새를 만끽할 수 있는 체험형 ‘광주 자전거 여행’이 발굴됐다. 타지역에서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꼭 가보고 싶은 광주공원, 양림동,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일대를 묶어 현지인에게는 뻔하지만 외지인에게는 FUN(펀)한 ‘뻔FUN한 광주여행’이란 이름의 코스를 개발했다.
담양은 포토스팟에 민감한 MZ세대에 타깃을 맞췄다. AR(증강현실) 필터를 이용해 창평슬로시티, 명옥헌 원림 등 7곳의 명소 인증샷을 찍는 미션투어와 해동문화예술촌, 담양성당, 추억의 골목에서 즐길 수 있는 ‘포토스팟 여행’을 발굴했다.
나주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역사자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인력거를 타고 나주읍성 골목을 달리고 복암리 고분전시관으로 이동해 마한시대 의상체험, 고대 마차 만들기를 경험한 다음 구진포 장어 정식을 맛보는 ‘나주 보물여행’ 코스다.
목포는 근대문화역사 중심의 관광자원과 목포의 다양한 모습을 발굴하는데 집중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북촌과 남촌으로 나뉘었던 골목길을 둘러보고 전통 간식, 현지인 맛집, 로컬상점, 노을스팟 등을 찾아다녔다. ‘목포에서 시간을 달리다’를 주제로 1박2일 여행코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20대의 젊음으로 찾아낸 ‘목포에서 시간을 달리다’
‘관광거점도시’ 목포로 떠난 탐사대원은 총 4명. 젊음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통통 튀는 개성을 갖춘 20대로 구성됐다. 좋은 곳을 찾아낼 수 있는 스마트한 정보력과 곳곳을 누빌 수 있는 강한 체력, 쇠도 씹어 삼킬 수 있는 먹성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대원들이다.
목포를 찾은 탐사팀은 근대문화역사 중심의 관광자원과 더불어 목포의 다양한 모습을 발굴하는데 초점을 뒀다. 골목길과 로컬상점, 노을스팟, 전통 간식과 현지인 맛집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찾아다녔고, 그 결과 ‘목포에서 시간을 달리다’는 주제로 1박 2일 코스를 개발했다. 일제강점기부터 7080 향수를 지나 목포의 오늘날까지 스토리가 있는 여행을 목표로 한다.
첫째날 여행 이야기는 ‘남촌과 북촌’이다. 일제 강점기, 호남 최대의 항구였던 목포는 남촌과 북촌으로 나뉘어졌다. 수돗물이 콸콸 나오는 일본인 거주구역인 남촌, 물장수 ‘옥단이’가 물을 길어오던 언덕배기의 조선인 거주지역 북촌. 그 옛날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동네를 직접 걸어보며 남촌과 북촌 사람들의 삶 속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오전 10시 광주 송정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목포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북촌이다. ‘옥단이길’로 불리는 목원동 골목길은 조선인들의 이야기가 서려있다. 일제시대 이곳은 수돗물이 잘 나오지 않아 수돗물을 길어오는 물장수가 필요했었다. 당시 물장수 중 한명이었던 옥단이는 특유의 착한 성격으로 북촌의 명물이 된 실존인물이다.
옥단이가 누비고 다녔을 골목길을 걷다보면 북촌의 소방서 역할을 한 불종대, 북교동 성당, 만인계 광장 등 근대 문화유산들을 만날 수 있다. 옥단이길로 출발하기 전, 목포역 인근에서 쑥꿀레 한 접시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떠나는 걸 추천한다. 목포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색 간식이다.
두 시간동안 북촌의 골목을 둘러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근처 맛집을 물색해 찾아간 곳은 일본식 라멘 전문점 ‘모던니혼’. 목포역과 북촌 사이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노란색 문이 인상적인 숨겨진 라멘집이다. 전통 돈코츠 라멘,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매운라멘, 특제소스에 찍어먹는 돈카츠까지 고루 주문해 먹었다.
든든히 배를 채운 오후 2시, 이번엔 일본인들이 모여 살았다는 남촌으로 향한다. 옛 동본원사, 붉은벽돌창고, 목포근대역사관 2관, 유달동사진관, 경동성당, 목포근대역사관 1관 등 일제 강점기 일본식 상가건물이 남아있다. 이곳 번화로 일대는 1980년대까지 목포 상권의 중심이었다가 이후 쇠락했다.
식민지 수탈의 아픔을 기억하는 공간인지라 대충 둘러볼 수는 없다. 3시간에 걸쳐 역사관과 골목길을 차분히 돌아본 후 유달동사진관에 들러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흑색사진 촬영까지 해보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저녁식사는 인근 해남해장국에서 뼈해장국과 전복 콩나물해장국으로 해결했다.
숙소는 목포역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수다방 게스트하우스’. 가성비가 좋아 젊은 여행객이나 뚜벅이 여행객들에게 추천되는 곳이다.
둘째날은 7080을 지나 현재를 달리는 시간이다. 탐사팀은 오전 10시30분까지 차분히 쉬었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10분 거리의 ‘다순구미’ 마을로 향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후미진 곳’이라는 뜻을 가진 다순구미는 서산동, 온금동 일대를 포함한다. 남해바다를 마주한 이곳은 80년대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 하다.
형형색색의 지붕이 인상적인 주택, 시화골목, 보리마당 골목, 영화 ‘1987’ 촬영지인 ‘연희네 슈퍼’까지 복잡하게 얽힌 골목길을 천천히 둘러보면 어느새 레트로 감성이 채워진다. 둘째날 점심은 목포 토박이가 추천하는 로컬 찐 맛집을 찾았다. 다순구미 옆 가성비 좋은 ‘선경준치횟집’이다.
점심을 마치고 다시 10분거리 북항로로 이동했다. 80년대를 지나왔으니 관광도시로 새롭게 태어난 ‘낭만항구 목포’를 만끽하는 현재진행형의 시간이다.
목포를 찾으면 꼭 가봐야 할 곳 중의 하나 ‘해상케이블카’를 타보기로 한다. 국내 최장 3.23㎞, 국내 최고 높이 155m를 자랑하는 해상케이블카는 목포 원도심과 북항, 유달산, 고하도를 비롯한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저녁식사를 위해 이동한 곳은 목포대교가 보이는 맛집 ‘대반동201’. 바다를 보면서 즐기는 피자와 맥주, 커피 맛집이자, 목포대교와 해상케이블카를 배경으로 한 노을 맛집이기도 하다. 분위기 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목포역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시간도 공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 알찬 1박2일 여행에 사용된 예산은 1인 기준 13만 2700원이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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