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인증방법 서투르고 바쁜 식당주인도 일일이 확인 어려워
계도기간 끝나는 13일부터 혼선 가중 우려…노인 위한 배려 필요
“‘방역패스’라던데, 그게 뭐야? 요즘엔 식당에서도 기계에다 주문해야 하는데 ‘방역패스’는 어디서 해야되나…. 차라리 집에만 있어야지.”
정부가 지난 6일부터 전국 식당·카페를 비롯해 학원·영화관·독서실·PC방 등 16개 업종에 대해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면서 스마트 기기 사용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고령층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방역 패스를 확대 적용하면서 스마트 기기 사용이 능숙하지 않은 고령층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방역패스란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나 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가진 사람에 한해서만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허가하는 일종의 보건 증명서로, 해당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백신 접종 정보가 연계된 QR코드를 찍어 백신 접종 완료 후 14일이 지났음을 인증해야 한다.
스마트 기기 사용이 능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이와 같은 인증법에 대해 서툴 수 밖에 없다.
고령층은 물론 업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계도기간임에도 불만과 혼란이 끊이질 않아 실제 적용되는 13일부터는 손님이 몰리는 시기에는 ‘대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얘기 마저 나온다.
광주시 서구 치평동에서 죽집을 운영하는 A씨는 사실상 방역패스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번 주(6~12일) 계도 기간이기도 하지만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포기했다.
A씨는 “지난 6일 가게를 찾은 어르신들에게 방역패스 인증법을 아시느냐 물어봤는데 전혀 모르더라”면서 “직접 확인하려는데 다른 손님들이 들이닥쳐 포기했다”고 말했다.
A씨는 “13일부터 방역패스가 의무화되면 과태료(150만원) 때문이라도 확인할 수 밖에 없는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릴 게 뻔해 이래저래 걱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종이로 된 접종 완료 증명서나 신분증에 붙이는 접종 완료 스티커로도 접종력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어디서 발급받아야 하는지부터 노인들은 걱정이 앞선다.
광주시 서구 모 아파트 경로당에서 만난 김모(79) 할머니는 “내 주위에는 스마트폰이 아닌 구형 휴대폰(피처폰)을 사용하는 노인들도 많다”며 “종이로 된 증명서를 챙겨야 한다는데 우리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식당이든 어디든 출입할 때마다 내밀어야 하는 게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난해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고령층은 23.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역량 수준(모바일 디지털 기기 이용 능력)은 53.7%에 불과했다. 사회적 취약 계층인 장애인(74.2%), 저소득층(92.5%), 농어민(69%), 북한이탈주민(84.3%), 결혼이민자(78.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비대면 상황 속에서 정보 취약계층인 고령층의 경우 점차 늘어나고 있는 키오스크 사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 은행, 식당, 카페 등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지만 노인들은 키오스크에 나오는 정보를 읽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떨어지다보니 당혹함을 감추지 못할 때도 많다. 사람이라면 다시 물어보면 되지만 터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키오스크에 물을 수도 없어 두렵고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고령층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노인회 광주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취약계층인 고령층은 더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당장 무인점포의 증가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곳이 증가한 것도 그러하다. 방역패스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사회 각 분야에서 당분간 노인들이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도록 돕고, 기다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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