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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걷고 싶은 충장로 만들기’ 포기했나

by 광주일보 2020.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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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27억원 들인 보도블록 뜯어내고 5억 들여 아스콘 포장
상인 반발에 차량 통행 제한 못하고 매년 도로 보수로 혈세 낭비

 

 

광주시 동구 충장로에 도로 포장공사가 한창이다. 27억원이나 들여 바닥에 깐 판석(板石)형 보도블록을 뜯어낸 자리에 5억원을 들여 아스콘 스탬프포장으로 변경하는 공사이다.

차량통행 등으로 판석형 보도블럭이 깨져 유지보수가 힘들다는 점이 공사의 이유인데, 차량 통행 등의 근본적 원인은 해결하지 않고 도로포장만 바꾼 채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문화중심도시의 중심인 충장로에 확고한 정책 기준 없이 상가들의 눈치보기만 보다가 보행자보다는 자동차에게 거리를 내주고, 도로포장에 또 다시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충장로는 금남로와 함께 문화전당을 중심으로 하는 구 도심 문화관광권역일 뿐만 아니라 옛 전남도청(문화전당)·옛 가톨릭센터·전일빌딩과 연결되는 5·18역사문화 구간이라는 점에서, ‘보행자 전용 구간의 거리’ 조성이 중요하다는 각계의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동구는 상인들의 잦은 주정차 등으로 고급 보도블럭이 자주 파손되자 아예 파손 우려가 없는 아스콘 포장을 하기로 했으며, 이로 인해 충장로는 좁은 도로에 차량과 사람이 섞이는 혼잡상을 연출할 수 밖에 없게 됐다.

12일 광주시 동구에 따르면 다음달 20일까지 동구는 아시아 문화전당 주변 도로정비의 일환으로 ‘걷고 싶은 충장로 가꾸기 사업’을 시비 5억원을 들여 충장로 1~3가 일대에 458m에 도로 포장과 교차로를 변경한다.

광주시와 동구는 그동안 동구내 충장로 1~3가(2007년, 747m), 충장로 4~5가(2009년 590m), 황금로 패션의거리(2008년, 384m), 예술의거리(2012년, 295m) 등 4곳에 특화 거리 조성 사업 등의 일환으로 판석형 보도블럭 사업을 실시했다.

 

판석형 보도블럭이 깨지고 빠져 시멘트로 보기 흉하게 메꾼 황금로 패션의거리(위) 와 아스콘 포장을 하고 있는 충장로.

특히 이번 공사구간인 충장로 1~3가는 지난 2006년부터 2007년 ‘명품거리 조성’을 한다는 목적으로 광주시가 27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화강석 보도블록(가로·세로 5×5㎝, 10×20㎝, 20×20㎝ 등 3종류) 조성 공사를 했었다.

취지는 좋았다.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해 문화도시의 한 축으로서 충장로 ·특화 거리를 조성하고, 침체된 옛 도심 상권 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판석형 보도블럭 포장은 충장로 내 잦은 차량 통행 때문에 파손이 빈번해 물웅덩이들이 생기고, 보행자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었다. 보수에도 매년 1억여원에 가까운 예산이 들었다.

이에 동구는 우선적으로 충장로 1~3가의 판석형 보도블럭을 제거하고 아스콘을 포장하고, 그위에 가로·세로 20㎝ 크기의 판석 모양의 도장을 찍어 형태를 만들어 ‘걷고싶은 거리’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걷고 싶은 거리’가 되려면 매일 시도 때도 없는 상가 차량과 시민 차량들의 충장로 통행, 불법 주정차 난립을 막아야 했지만, 상인들의 반발 탓에 이를 포기한데 있다.

이 때문에 충장로 거리는 사람의 보행보다는 자동차 통행이 우선시 된 지 오래이다. 평일 낮에도 충장로를 횡단하는 자동차는 하루에도 수십대에 달하고, 거리 곳곳의 불법 주정차도 일상이 됐다.

광주일보가지난 9일~12일까지 낮 시간대 30분 동안 판석형 보도블럭이 깔려있는 충장로 일대를 취재한 결과, 이 도로를 무단 통행한 차량은 9일 12대, 10일 21대, 11일 19대, 12일 26대에 달했다. 무단 통행 차량이 30분에 평균 20대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수백 대가 차량이 충장로를 드나드는 셈이다. 일방통행임에도 불구하고 진입금지 방향에서 당당하게 들어오는 차량들도 있었다.

충장로 일대는 도로교통법상 차량 통행이 금지된 지역(밤 11시∼다음날 오전 9시까지, 2t미만 상품운반차량 제외)이지만 진입 차량에 대한 통행 제한이나 단속이 없는 탓에 유명무실하다.

저녁시간대가 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곳곳에서 불법 주정차 된 차량을 피해 걷는 사람들과 그 사이를 굉음으로 질주하는 오토바이가 어우러지면서 충장로는 짜증나는 거리로 변한다.

이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모른척 한 채 동구는 판석형 보도블럭을 설치할 때와 아스콘 포장을 할 때 모두 같은 취지로 사업을 벌여,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량통행 금지구역의 빈번한 차량 통행을 문제의 주범으로 꼽으면서도 상가 민원을 우려한 ‘눈치보기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동구와 광주시의 기준 없는 소극적 행정이 ‘명품 거리’ 조성 취지를 흐리고, ‘상가 활성화’라는 목적도 차량 통행과 주정차로 방문객이 떠나는 거리가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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