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0일부터 내년 2월까지
75대 중 61대 운행 중단 예고
하루 3만명 이용 시민 불편 우려
광주 도심 구석구석을 누비며 ‘대중교통 약자의 발’이 되고 있는 마을버스가 코로나19 여파 등에 따른 경영난<광주일보 2021년 10월 8일자 5면>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운행을 중단한다. 마을버스는 일반 시내버스 노선이 없는 도심을 운행해 왔다는 점에서, 주 이용객인 서민과 노약자 등이 심각한 교통 불편을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사회에선 그동안 마을버스 업체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왔던 광주시의 대중교통 정책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일 광주시와 마을버스운동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지역 내 5개 마을버스 업체(11개 노선 75대) 중 4개 업체가 다음달 10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3개월간 휴업하겠다고 관할 자치구 등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예비 차량과 이미 운행 중단된 차량 20대를 합해 60여대(80%) 정도가 휴업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광산구 일대를 오가는 1개 업체, 14대는 일단 기존처럼 운행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마을버스 평일 승객수는 하루 평균 2만5000∼3만명으로, 광주도시철도 1호선의 50% 수준에 이른다는 점에서 대규모 시민 불편이 우려된다.
마을버스가 운행중단을 결정한 것은 매달 쌓여가는 누적 적자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업체 대표까지 직접 마을버스를 운전하고 있지만 운행할 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광주지역 마을버스 적자액은 16억 4000만원에 이른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수익은 30%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 이전 60억원 가깝던 합계 수익도 4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마을버스의 연간 대당 지원금은 740만원에 불과하다.
정규 노선 시내버스(대당 6000만원)의 8분의 1 수준이다. 연간 전체 업체의 지원금을 모두 합해도 5억 7000만원이다. 이마저도 시내버스와 연동한 환승손실금과 구청 시설보조금 명목으로 받고 있다.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도시철도 모두 똑같이 대중교통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만, 마을버스만 자치구에서 관리·감독·지원을 하는 탓에 지원규모는 열악하다. 나머지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는 광주시에서 직접 지원·관리한다.
광주시는 마을버스 지원에 공감하면서도,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적자액을 감당하기에도 버겁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광주시의 교통관련 적자보전 예산은 제2순환도로 290억원, 도시철도 1호선 626억원, 시내버스 준공영제 1156억원 등 2072억원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광주의 마을버스 운행규모도 초라하다. 수도권은 인구 1만명당 1.4대, 광주는 0.52대다.
광주마을버스운송조합측은 최근 이용섭 광주시장과 면담을 갖고 단기적으로 코로나19 운영 적자 지원, 도시철도 2호선 개통에 따른 대책과 중장기적으로 준공영제 또는 재정한도 지원 민영제 등을 건의했다.
또 시내버스 종점(회차지) 공동이용, CNG(압축천연가스) 버스 지원금 확대 등 현실적인 개선 방안도 요청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부산, 대전 등 일부 자치단체는 마을버스 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원 민영제와 준공영제를 도입하거나, 도입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2024년 도시철도 2호선 개통에 맞춰 자치구와 관련 대책을 마련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해 왔던 광주시도 막상 마을버스의 운행 중단이 현실화하자 당황하는 모습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조속한 지원을 위해 일정을 앞당기고 자치구, 업체와 지속해서 협의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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