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유네스코 등 제안 세계인권도시포럼 프로그램 확정
전문가 부재 등 이유 들어 개최 직전 취소 인권단체 반발
민주·인권 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가 매년 세계인권도시포럼을 개최하면서도, 정작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 유린’ 사태에는 침묵으로 일관해 개최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UN과 유네스코 등의 제안으로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탄압과 미얀마 사태 등을 포럼 프로그램으로 확정해 놓고도 포럼 개최직전 ‘전문가 부재’ 등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들어 프로그램을 취소,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광주시는 현재 분쟁중이거나 진행중인, 이른바 민감한 국제인권 문제에 대해선 다루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인권단체들은 “인권 문제는 현재 고통받고 있고, 힘들어 하는 사람을 돕는 것”이라며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3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 주최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제11회 세계인권도시포럼’이 4박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0일 폐막했다.
올해 국내외 46개 협력기관과 110여 개 도시에서 51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광주시가 2011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는 세계인권도시포럼은 자치단체 주도로 세계인권문제를 다루는 세계 유일의 포럼이다. 그동안 투입한 순수 포럼행사 예산만(시설비 등 제외) 54억원에 이른다.
시는 올해 ‘재난과 인권: 새로운 사회 계약’을 포럼 주제로, 세계인권도시들이 연대해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조직된 폭력과 재난에 맞서기로 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지만, 올해 포럼을 바라보는 인권단체의 시선이 곱지않다.
현재 세계적인 관심사인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선 거론조차 하지 않았고, UN 등에서 제안한 관련 프로그램마저 포럼 직전 취소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시는 올해 포럼에서 UN인권최고대표사무소 제안에 따라 미얀마 특별회의를 개최하고 미얀마 사태 지원과 국제적 연대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일정 하루전인 지난 5일 갑자기 연기했다. UN측 미얀마 특별보좌관이 ‘실시간 영상 참여가 어렵고, 영상녹화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이라는 게 광주시의 해명이다.
이번 포럼의 또 다른 참여단체였던 미얀마 광주연대측은 “미리 광주시에 ‘5·18과 이행기(독재사회에서 민주화로 바뀌는 과정) 정의’를 주제로 발표자료까지 제출했다”며 “미얀마의 실태를 세계인권도시들에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추후 개최하면 그 효과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시는 또 유네스코의 제안으로 구성한 아프가니스탄 여성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도 포럼 직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 관계자는 “유네스코 등에서 참여 전문가를 추천하지 않는 등 적극 협조하지 않아 취소하게 됐다”며 “특히 세계인권도시포럼은 국제적으로 민감하고 진행중인 인권문제에 대해선 다루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미얀마 문제 등 UN 등이 먼저 제안해 사전 행사 성격으로 준비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광주시의 해명에 대해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계인권도시포럼 태동의 근간이 되는 ‘광주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살펴보면, 세계적 인권도시로서의 위상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 인권문제 개입 여부 등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
광주의 한 인권활동가는 “과거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인권 관련 역사 연구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4박 5일의 기간동안 현재 국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인권탄압 문제를 한차례도 다루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며, 내년 포럼부터라도 그 시점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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