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전당 일원화 따라 채용 공고서 기획업무 빠져
광주영화영상인연대“사실상 폐기 선언” 반발
지난 2015년 ‘아시아의 필름앤비디오’로 출발한 ACC시네마테크는 연구와 수집을 비롯해 상영, 제작, 유통까지 다양한 영화 관련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동안 한국영화 100주년 특별전 ‘한국나쁜영화 100년’을 비롯해 한국 최초 영화동아리 ‘얄라셩’의 ‘여섯 그리고 하나:얄라셩에서 서울영화집단까지’ 등을 기획하며 한국영화의 숨겨진 자료들을 보여줬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한 5·18 영화주간에서는 전두환 정권이 5·18 상흔을 지우기 위한 관제행사 ‘국풍81’을 비판한 작품 ‘국풍’을 상영해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원화에 따라 향후 ACC시네마테크 사업이 중단될 우려가 최근 광주영화계에서 제기됐다. 시네마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인 기획 업무가 빠진 채 단순한 운영 지원이나 실험영화 전시나 제작 지원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와 함께 올 12월 개최 예정이었던 ‘한국비디오 기획전’의 전시 여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특히 ‘한국비디오 기획전’은 광주의 영화인 조대영이 수십 년 동안 수집한 비디오컬렉션 3만 점을 통해 지역 영화 활동을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지역영화인들과 구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광주영화영상인연대는 4일 보도자료를 내고 “문화전당 공무원 채용 공고문에 따르면 아시아문화원(문화원)의 5개 원에서 수행해오던 콘텐츠 기획은 학예연구사 직군으로, 시설관리와 기술업무는 전문경력관 가/나/다 직군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콘텐츠 기획 직군이 학예연구사로 채용되는데 반해 시네마테크는 기획 업무는 빠진 채 운영지원 업무로 바뀌어 전문경력관 직군으로 채용 공고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는 콘텐츠 기획에서 학예연구사나 학예연구관은 연구자나 기획자와 같은 전문 직군이지만 전문경력관 ‘다’ 직군은 운영이나 지원, 시설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번 문화전당 채용 공고문에 나와 있는 전문경력관 ‘다’군 업무는 기존의 ‘시네마테크 사업’ 외에도 XR 스튜디오 영상촬영 및 편집, 랩 프로젝트 메이킹 필름 영상 제작, 메타버스(아시아문화채널) 실시간 송출 서비스까지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한재섭 광주영화영상인연대 사무처장은 “이는 문화전당이 영화사업을 바로 폐기할 수 없어 억지로 짜 맞춘 구색 맞추기라는 것을 방증한다”며 “실질적인 시네마테크 사업의 폐기선언에 가깝다는 것이 예술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개관 이래 7년 넘게 수집해온 800여 점의 아시아의 영화 자료들과 활용사업이 사장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시네마테크가 실험영화 위주라 시민들 이용율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기획 업무가 배제된 체 단순 전시나 지원 업무 위주로 시네마테크가 진행될 경우 향후 융복합콘텐츠와 같은 문화콘텐츠산업의 원천자원과 AI, 메타버스 등 미래 산업 기초 토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문화전당 관계자는 “이번 담당 업무와 직급 편성은 문체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행자부와 기재부가 함께 머리를 맞댔다”며 “향후 자세한 업무는 조직이 새롭게 꾸려지고 뒤, 각 과의 과장들이 효율적으로 업무 분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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