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소설
최진영 외 7인 지음
땅도, 대기도, 바다도 오염돼 황폐해진 지 오래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만든 플라스틱은 돌고 돌아 이제 인간의 몸을 해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우리는 이 땅에 뒤 이어 올 사람들에게 큰 빚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제대로 숨쉬며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의 생명과 삶은 안전한지, 함께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온 국어교사들이 그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 나눠보기로 했다.
‘푸른 숨결과 생태 감수성이 가득한 지구를 꿈꾸며’ 교사들은 여덟명 작가의 단편소설을 한 데 묶었다.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최진영·김기창·김중혁·김애란·임솔아·이상욱·조시현·배명훈 작가의 작품이다.
노동을 주제로 한 ‘땀 흘리는 소설’, 사랑을 주제로 한 ‘가슴 뛰는 소설’, 재난을 주제로 한 ‘기억하는 소설’에 이어 네번째로 출간되는 이번 테마 소설집 ‘숨 쉬는 소설’에서는 작가들이 담아낸 지구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은 “곁에 둔 생명을 제대로 ‘반려’로 대하고 있는 지 질문을 던지고, 인간의 몸이 지닌 가치를 성찰하고, 약육강식 시스템을 비틀어보기도 하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김애란 작가의 ‘노찬성과 에반’은 인간과 반려견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할머니와 살아가는 소년 찬성은 어느날 할머니가 일하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버려진 개를 만나고, ‘에반’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하지만 이미 늙은 개였던 ‘에반’은 병에 걸리고 동물병원을 찾은 찬성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김기창의 소설 ‘약속의 땅’은 북극곰 ‘아푸트’의 시선으로 기온 상승 때문에 녹아내리는 북극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일 아이들의 볼을 자신의 얼굴로 비비며 애정을 전하고, 위험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치는 북극곰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김중혁의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에는 플라스틱 섬에서 표류하다 살아 돌아온 사람 ‘조이’가 등장한다. 바다 위로 추락한 경비행기에서 간신히 탈출한 조이는 커다란 플라스틱통을 붙잡았고, 바다의 흐름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 어디론가 흘러가는데, 그 곳은 온통 쓰레기 천지다.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이상욱의 ‘어느 시인의 죽음’에는 고기가 된 인간이 등장하며 조시현의 ‘어스’에서는 인간의 몸이 산업 쓰레기로 분류돼 지구로부터 거부당하는 미래의 상황이 펼쳐진다. 또 배명훈의 ‘조개를 읽어요’는 조개들의 말을 연구하는 화자를 통해 ‘파도 하나까지 기억하는’ 조개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밖에 장난감에 금지된 화학 물질을 첨가하는 회사의 비밀을 알게 된 ‘나’의 이야기를 담은 최진영의 ‘돌담’, 사고로 발가락 하나를 절단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임솔아의 ‘신체 적출물’ 등을 만날 수 있다.
<창비교육·1만6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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