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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이건희 컬렉션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전 11월 7일까지 광양 전남도립미술관

by 광주일보 2021.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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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천경자…거장들의 명작에 탄성
오지호·유영국 등 8명 작품 19점
아카이브 자료 배치, 연표도 설치

 

이건희 컬렉션을 만나는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전이 1일 개막해 오는 11월7일까지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첫 작품 김환기의 ‘무제’(121x86㎝)를 접하자 마자 작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화면을 가로지는 십자 형태의 조형성과 한국 전통 오방색이 어우러진 작품은 오묘한 느낌을 전한다. 뉴욕 시기의 작품으로, 그의 화폭에 자주 등장하는 달항아리나 대표작인 전면점화(全面點畵)와 달리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화면 구성이 눈길을 끄는 이 작품은 대범한 선과 여백, 화폭에 번지듯 스민 다채로운 색채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인상적이다. 지난 30일 광양 전남도립미술관(광장 이지호)에서 만난 김환기 화백의 작품은 단 1점이었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다가왔다.

지난 4월 전남도립미술관이 기증받았던 이건희 컬렉션을 만나는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전이 1일 개막해 오는 11월7일까지 열린다. 이건희 컬렉션은 화제의 중심에 있다. 기증 소식이 알려진 후 도립미술관에는 전시 소식을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최근 전시를 끝낸 광주시립미술관에는 코로나 19 상황에서 최대 관람 가능인원인 1만 3000여명이 다녀가는 등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는 김환기·천경자·오지호·임직순 등 4명의 지역 작가와 유영국·박대성·김은호·유강열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장식한 거장 8명의 작품 19점이 나왔다. 21점의 기증작 중 허백련 화백의 2점은 작품 상태를 고려해 차기 소장품 전시회 등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표지화로 쓰인 ‘현대문학’ 잡지.

미술관측은 특히 이번 전시에서 남도 작가들의 작품을 한곳에 배치하고 아카이브자료 등도 전시해 남도 예향의 맥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전남 출신 김환기·천경자·오지호 화백과 충북 괴산 출신이지만 조선대 미술학과에서 15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호남 화단에 큰 영향을 미친 임직순 화백이다.

고흥 출신 천경자 화백의 작품은 1970년대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만난 ‘여행 풍물화’ 두 작품이 전시됐다. 광주시립미술관 전시에서 미술관 소장작으로 천 화백의 드로잉 작품만을 접할 수 있어 다소 아쉬웠던 마음을 이 곳에서 화려한 채색작품을 통해 풀 수 있다. 종이에 그녀 특유의 원시적 색감으로 풀어낸 대작 ‘만선’(121x105㎝)은 분채와 색채를 여러 차례 겹쳐 발라 두터운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파스텔톤 느낌의 은은한 매력이 풍기며 화폭에 가득 담긴 물고기 등은 만선의 기쁨을 제대로 전해준다.

또 다른 작품 ‘화혼’은 오색찬란한 화려한 꽃다발과 나비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작품이다.

 

오지호 작 ‘풍경’

오지호 화백 작품은 5점이 나왔다. 해가 진 저녁 무렵 풍경을 담은 ‘항구풍경’, ‘설경’, ‘잔설’, ‘복사꽃 피는 풍경’ 등을 통해 작가의 다양한 화풍을 만날 수 있다. 특히 1970년 작 ‘풍경’은 광주시립미술관 전시 등에서 접했던 오 화백의 작품과 결이 달라 흥미롭다. 작가가 30대에 몰입했던 인상파 화풍이 그대로 남아 있는 작품은 짙은 녹음이 우거진 녹색 숲의 생동감과 푸르름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그밖에 임직순 화백의 작품으로는 원색의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여인 좌상’을 만날 수 있다.

아카이브 자료도 눈에 띈다. 김환기 화백의 경우 창간호부터 표지화를 그렸던 문예잡지 ‘현대문학’과 조연현 평론집 ‘휴일의 의장’ 등 다양한 서적을 통해 그의 화풍을 만날 수 있어 ‘또 다른 작은 전시’를 보는 느낌이 든다. 또 천경자 화백은 표지화를 직접 그린 ‘그림이 있는 나의 자서전’, 산문집 ‘꿈과 바람의 세계’ 등 책자를 함께 전시했다.

미술관측은 또 이들 작가의 대표작을 태블릿 PC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으며 4명의 작가가 시대의 흐름이 따라 어떻게 조우하고, 교류했는지 살펴보는 연표도 전시하고 있다.

타 지역 작가로는 유영국과 유강열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유영국의 대표 시리즈인 ‘산’은 깊은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의 다양한 변용을 만날 수 있으며 ‘무제’는 호수와 바다, 지평선과 수평선, 평화로운 달이 어우러진 장면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뉴욕 등에서 판화와 공예 작업을 했던 유강열의 판화 작품 ‘무제’는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그밖에 김은호의 ‘산수도 10곡병’, ‘잉어’ 등 4작품과 경주 솔거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한 한국화가 박대성이 광목천에 수묵채색화로 그린 ‘서귀포’, ‘항원정설경’ 등도 전시돼 있다.

한편 도립미술관에서는 또 다른 2개의 대형 전시도 만날 수 있다. 전남수묵비엔날레를 기념하는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전은 1일 개막하며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등장해 파격적인 작품으로 현대미술의 전위에 선 러시아 출신 4인조 예술그룹 ASF+F의 ‘ASF+F. 길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전은 3일부터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2시간(하루 4타임) 당 관람 인원 240명. 인터넷 예매, 현장 예매 동시 진행.

/광양=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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