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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21세기 디지털 시대, 박물관에서 만나는 ‘오래된 미래’

by 광주일보 2021.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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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류학자의 박물관 이야기
최협 지음

 

미국 국립자연사박물관, 영국박물관, 멕시코 국립인류박물관,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싱가포르 예술과학박물관….

세계적으로 알려진 박물관들이다. 나름의 의미와 전통,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사실 고전적인 의미의 박물관은 유물을 수집해 연구, 전시를 하는 기관을 말한다. 실용적이며 간단명료한 정의다.

그러나 오늘날의 박물관은 이 같은 범주를 뛰어넘는다. 하나의 플랫폼처럼 도시와 지역, 경제와 관광, 교육과 기술을 매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좀 더 시야를 넓히면 박물관은 매우 복합적인 공간이라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한 인류학자가 세계의 다양한 박물관을 다니며 찾아낸 흥미로운 이야기가 책으로 발간됐다. 최협 전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가 펴낸 ‘어느 인류학자의 박물관 이야기’는 박물관마다 숨어있는 다채로운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켄터키대학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그동안 ‘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다민족사회, 소수민족, 코리안 아메리칸’ 등을 펴냈으며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저자는 대학 시절 인류학을 전공하며 박물관을 ‘제집처럼’ 방문했다. 이후 미국 유학, 교수 재직 시절 국제학술대회 참가를 위해 해외에 나갈 때마다 박물관을 찾았다. 그동안 찍어둔 사진 자료와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되살려 이번 책을 완성했다.

미국 소미스소니언 산하 국립자연사박물관은 매년 600만 명 이상이 찾는다. “인류학도에게 최고의 학습현장”으로, 특정 사회의 문화를 보여주는 민속품들이 주를 이룬다. 인류학 외에도 식물학, 곤충학, 광물학, 고생물학, 해양학 등 다양한 부서가 있고 소장품만 1억 4000만 점이 넘는다.

저자에 따르면 이곳에는 19세기 말 한국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의 기증품과 학예사들이 수집한 물건들이 적지 않다. 한국 유물은 고무신, 의복, 대바구니 등 4000여 점에 이른다. 수장고에 보관된 유물은 수집한 사람의 이름을 따 분류돼 있다.

 

소소자의 목소리를 담은 미국 아메리칸인디언박물관.

아메리칸 인디언박물관은 원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토대로 건립됐다. 과거 전통적 박물관에서는 인디언 유물이 백인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인디언박물관은 “타자화, 탈 맥락화, 재구성, 재발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제임스 루나의 설치작품 ‘The Artifact Piece’. “인디언을 마치 생명이 없는 유물처럼 진열대에 넣어 전시함으로써” 기존 박물관 관행에 문제를 제기한다.

‘영국박물관에는 영국이 없다, 그 대신 세계가 있다’는 말이 있다. 영국박물관을 이야기할 때 두 가지 관점에서 거론된다.

하나는 식민주의와 문화재 약탈이라는 관점, 또 하나는 인재를 끌어들인 ‘도서관조직’이 그것이다. 전자에 대한 쟁점은 탈식민주의 인류학이나 박물관학에서 충분히 다뤄졌다.

그러나 후자인 도서관조직 부분은, 영국 역사와 세계사에 빛나는 인사들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찰스 다윈, 찰스 디킨스, 토마스 하디, 버지니아 울프, 오스카 와일드 등이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이용자 기록 카드에는 레닌, 간디, 버나드 쇼, T.S. 엘리엇 등이 포함돼 있다.

터키 이스탄불고고학박물관은, 각기 콘텐츠를 달리하는 고고학박물관이 여러 지역에 산재하는 형태다. 다양성과 색다른 접근 방식은 그들의 역사적, 문화적 콘텐츠에서 기인한다. 아놀드 토인비는 이스탄불을 ‘인류문명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부른다.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로마, 비잔틴, 이슬람문화가 융합된 땅이라는 의미다.

이밖에 기억의 정치와 사회변화를 엿볼 수 있는 미국 홀로코스트기념박물관, 문화적 다양성을 품은 베트남 민족학박물관, 과학과 예술이 융합된 싱가포르 예술과학박물관도 만날 수 있다.

<민속원·2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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