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 신생 군소정당 난립…총선 참여 비례정당만 35개
투표용지 길이 역대 최장 48.1㎝, 100% 수개표 불가피
오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총선에서 출사표를 던진 비례대표 정당이 무려 35개에 달해 유권자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됨에 따라 총선을 앞두고 비례용 정당을 포함한 급조 신생 군소정당이 난립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름의 정당이 적지 않은 데다, 과거 거대 정당이나 주요 정당의 이름을 차용한 경우도 많아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받아든 유권자들이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관위에 등록된 51개 정당 중 41개가 지역구나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한다. 이 가운데 지역구·비례대표 선거 모두에 참여하는 정당은 15개, 지역구 선거에만 참여한 정당은 6개, 비례대표 선거에만 참여하는 정당은 20개다.
정당(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에는 비례 후보자를 내지 않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대신 기호 3번 민생당이 첫 번째 칸을 차지했다. 공직선거법 150조에 따르면 정당 투표용지의 순번은 현재 국회의원 의석수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민생당 소속 의원은 19명이다. 이어 미래한국당(4번), 더불어시민당(5번), 정의당(6번), 우리공화당(7번) 등 현역 의원이 많은 순으로 번호를 부여 받았다.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의원 꿔주기’를 통해 급조한, 사실상 비례용 정당인 ‘위성정당’으로 불린다. 동일 의석수를 가진 정당이 둘 이상일 때에는 최근 실시된 총선의 정당 득표수를 따진다. 이에 따라 의석수가 1석으로 같지만 20대 총선에 참여했던 민중당이 8번을 받고 한국경제당(9번)과 국민의당(10번), 친박신당(11번), 열린민주당(12번) 등은 추첨을 통해 나머지 순번이 정해졌다. 원외정당은 가나다순으로 그 이후 기호를 받았다.
비례대표 정당에는 새누리당(28번), 자유당(31번), 통일민주당(35번) 등 과거 거대 정당이나 주요 정당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곳도 있다. 자유당은 강력한 국토안보법 입법과 대한민국 정체성 확립을 위한 헌법 수호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통일민주당은 전 국민 의료보험료 제로, 종교부 신설, 보훈정책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당의 정체성을 당명에 담은 여성의당(29번),자영업당(33번), 충청의 미래당(34번), 한국복지당(36번)도 눈에 띈다. 여성의당은 ‘여성이 안전한 나라’를 주요 공약으로, 자영업당은 ‘자영업자 권익 향상’을 기치로 내걸었다. 충청의 미래당은 충청권 도약을 목표로, 한국복지당은 ‘노인들의 노후가 행복한 세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친환경과 기후·에너지 문제 등을 내세운 가자 환경당(15번), 녹색당(23번) 등 환경 정책 중심의 정당도 포함됐다.
당명이 비슷한 정당도 많다. 대한당(24번)은 국회의원 정수 120명으로 축소 및 명예직화를, 대한민국당(25번)은 돈 걱정 없는 복지 천국 등을 내세웠다. 이밖에 새벽당(32번)은 한미동맹 재정립 및 강화 등 안보에 중점을 뒀다. 허경영 총재가 이끄는 국가혁명배당금은 정당 기호를 16번으로 받았다.
이처럼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은 35개로 확정되면서 투표용지 길이는 48.1㎝가 될 예정이다. 이는 정당명부식 ‘1인 2표제’ 도입 이래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이에 따라 용지는 분류기에 넣을 수 있는 길이 34.9㎝를 초과, 100% 수개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정당투표에서 득표율이 3% 아래면 비례대표 의석을 1석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원외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의석을 가져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거대 양당이 비례정당을 만든 만큼 대대적인 선거운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갈 것이고, 기존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정의당과 민생당, 국민의당, 민중당 등이 그나마 득표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권일 기자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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