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잃고 실업급여도 못받아…이직확인서 회사만 제출 문제
5년간 이의신청 2만6649건…과태료 부과는 1355건 5% 뿐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 A씨는 광주에서 올해 초 ‘주간근무’만 하기로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었다. 사측은 이후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야간근로로 변경하려했다.
A씨는 거부했고 회사는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실업급여를 받으며 구직 활동을 준비하려고 고용지원센터를 찾았다가 사측이 고용보험 상실신고만 하고 이직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됐다. A씨는 사측에게 ‘사측의 근로조건 변경에 따른 해고’, 즉 ‘권고사직’으로 사유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거부해 광주시 노동센터에 상담을 의뢰했다.
#. B씨는 회사의 직제 개편으로 부서가 폐지되면서 사직서 작성을 강요받고 사직서를 썼다.B씨는 이후 구직급여를 신청하려다 사측이 이직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사측에게 ‘경영상 권고사직’으로 사유를 적어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회사측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어 ‘권고사직’으로 제출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며 거부했다.
코로나19장기화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광주·전남지역 일부 기업들이 노동자를 권고사직 형태로 해고하고도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자발적 퇴사로 거짓 신고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졸지에 직장을 잃고도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한 현실에 놓여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노동계에서는 실질적인 노동 여건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회사측만 제출토록 하고 있는 이직확인서 외에 노동자들도 관련 자료를 제출해 판단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0일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광주·전남 실업급여 신청자수는 5만4987명(광주 2만 7604명·전남 2만7383명, 2018년)→6만533명(광주 3만166명·전남 3만367명, 2019년)→6만9204명(광주 3만5049명·전남 3만4155명, 2020년) 등으로 매년 10%이상 증가세다.
올해도 6월까지 4만4670명(광주 2만57명·전남 2만4613명)이 직장을 잃고 실업급여를 받겠다며 신청을 한 상태다. 특히 해고·권고사직 등의 비자발적 사유로 퇴사했지만 회사가 이직사유를 자발적 퇴사로 거짓 보고해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게 된 상황에 놓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현행 제도상 정리해고, 권고사직, 계약만료, 정년퇴직 등 정당한 사유에 의한 이직으로 회사를 그만둘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회사가 제출하는 고용보험 상실신고에 포함된 이직확인서로 확인할 수 있다는 데 문제점이 있는 형편이다.
이직확인서는 사업주에게만 작성 권한이 부여돼있어 사업주가 발급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하면 노동자는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회사가 정부지원금 등을 이유로 자발적 퇴사로 처리하겠다고 하거나 실업급여를 받게 해줄테니 무급으로 출근하라고 하는 등 노동자를 회유하기도 한다는 게 노동계 설명이다.
또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미발급한 사업주에 대한 과태료 부과도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노동전문가들이 모인 단체 ‘직장갑질119’가 최근 5년간 근로복지공단에 확인청구 한 건수는 2만 6649건에 달하지만 이직확인서를 거짓으로 작성,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5%(1355건)에 불과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도 올 들어 거짓 작성한 사업주 11곳이 전부였다.
노동자가 직접 고용센터 및 근로복지공단(확인청구), 고용보험심사관(심사청구), 고용보험심사위원회(재심사청구) 등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인정받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노동계에서는 이같은 점을 들어 이직확인서 작성 권한을 사측 뿐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도 부여하고 노동자의 괴롭힘 입증책임 등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광균 민주노총광주본부 선전국장은 “사측에만 권한이 있으니 실업급여제도를 마치 자신들이 베푸는 시혜처럼 생각하고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면서 “노사 양측에 작성 권한을 부여하고 양쪽의 이직 사유가 일치하지 않으면 입증책임을 사측이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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